"인근 주민 폐암 발병률 10배 이상…업무와 인과관계"
탄광에서 경비 업무를 주로 봤더라도 폐 질환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탄광에서 경비 업무를 주로 봤더라도 폐 질환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고인의 배우자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의 배우자인 고인은 1962년 9월~1974년 2월, 1974년 10월~1989년 11월 총 28년 동안 탄광에서 근무했다. 첫 직장에서는 경비원 근무만 했고, 두 번째 직장에서는 경비원과 채탄부 근무를 겸했다.
고인은 2016년 1월 폐암 진단을 받아 같은 해 8월 사망했다.
A 씨는 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탄광 근무 28년 중 대부분 기간을 분진 노출과 무관한 경비원으로 근무해 폐암의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작다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근거였다.
이에 A 씨는 재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2021년 5월 거듭 지급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사건을 받아 든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었다. 탄광에서 근무한 기간 가운데 약 15년은 채탄 작업을 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사인인 폐암과 고인의 분진 작업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다.
A 씨의 승소에는 의학적 연구 자료가 크게 작용했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탄광 갱도와 다소 거리가 있는 인근 마을의 주민까지 다른 지역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고인의 사인인 폐암의 잠복기는 최대 26.6년에 달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업무상 재해 인정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고인이 탄광 근무를 종료한 후 오랫동안 진폐증이나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등 분진 흡입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곧바로 폐암에 이르렀지만 발암물질 노출은 진폐증의 발병 여부를 불문하고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며 "평균 26.6년에 달하는 잠복기를 갖는 폐암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고인의 업무와 폐암 사이의 관계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이 금연 후 15년이 지나서야 폐암이 발병했다고 해서 흡연을 폐암의 유발 원인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짚었다.
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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