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이재명 '김문기 발언' 재판…가족 영상편지도 재생
입력: 2023.03.03 18:02 / 수정: 2023.03.03 18:02

공소장 70분 낭독·3시간 서증조사…"김문기와 호주 관광"
'첫 출석' 이 대표, 장시간 재판에도 담담한 표정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입증을 위해 첫 정식 공판부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공소장을 70분간 낭독했고, 서증조사에만 3시간 이상 걸렸다. 조사 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이 가족에게 보내는 사적인 '영상 편지'도 다수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3일 오전 10시 40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의 첫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이 가장 먼저 이뤄졌다. 출석한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약 1시간 10분에 걸쳐 공소장 전체 내용을 낭독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 김 전 처장은 이 대표가 19대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뒤인 2013년 1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계획 팀장으로 입사해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의 주요 공약 사업이던 위례신도시 신축 사업을 담당했다. 2015년 6월 개발사업1팀장으로 부임해 대장동 사업 및 제1공단 공원화 업무 담당하며 이 대표가 주재하던 대면 회의에 수시로 참석하고 여러 차례 관련 업무 보고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 대표의 업무를 보좌했다고 검찰은 본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부터 고 김 전 처장을 잘 알았고 호주에서 골프 등 여가를 함께 즐긴 사실도 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어 "대장동 관련 의혹이 민주당 당내 경선 및 대선에 중대한 영향 미칠 정도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자 피고인의 선거 캠프의 자료 요청에 응해 언론 대응을 지원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피고인이 시장으로 재직한 기간이 8년이고 성남시 공무원이 2500명, 산하기관을 합치면 4000명 정도, 김 전 처장과 같은 직급을 가진 팀장만 600명인데, 그사이 만난 사람, 직원을 전부 기억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동률 기자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동률 기자

정오를 훌쩍 넘겨 끝난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20분에 속개됐다. 오후 재판에서는 방대한 양의 서증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특히 2015년 1월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가 유동규 당시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고 김 전 처장 등 성남시 관계자들과 함께 간 호주 출장 사진·영상 자료에 주목했다.

검찰이 공개한 사진에는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 고 김 전 처장이 호주의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트램을 체험하는 모습, 이를 기념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 출장의 목적은 애초 판교에 트램 설치를 추진하기 위한 교통 체계 탐방이었다.

검찰은 이 대표와 고 김 전 처장 등이 사전에 예정된 일정을 이탈해 함께 관광한 정황이 있다며 관련 촬영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무상 일정 외에 관광을 함께 즐긴 점을 고려하면 '시장 시절에는 알지 못했다'라는 발언은 허위라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고 김 전 처장이 배우자와 자녀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 12건을 법정에서 모두 재생했다. 한 영상에는 '시장님(이 대표), 본부장님(유 전 본부장)과 골프 쳤다'는 발언이 나왔지만, 다른 11개 영상에서는 여행 근황과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움 등을 표현하는 사적인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고 김 전 처장은 호주 출장 기간 그날 있던 일을 바탕으로 가족들에게 근황과 안부를 전하기 위해 매일 사적인 영상을 보냈는데, 이 영상에서 피고인, 유동규와 골프를 친 내용이 확인되고 바다낚시를 갔다는 내용도 확인된다"고 증거 요지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첫 정식 공판으로 이 대표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에서 생년월일과 주소, 직업을 확인하는 재판부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 외에는 말을 아꼈다. 오후 4시경 휴정 시간이 주어졌지만 검찰·변호인과 달리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다만 이 대표는 점심시간 후 오후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대해선 조사도 없이 각하했다.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 대해선 압수수색, 수십 명의 소환조사를 통해 기소했다"며 "이 부당함에 대해 법원이 잘 밝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는 2021년 12월 2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 김 전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라고 말했는데,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기 이전부터 김 전 처장을 알았다고 본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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