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든 몰랐든 문제"…'정순신 검증 실패' 법무부 책임론
입력: 2023.03.01 00:00 / 수정: 2023.03.01 00:00

검찰 안팎 "보도 됐는데 몰랐다?…납득 어려워"
법조계 "의도적으로 문제 안 삼았다고 봐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부실 검증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선화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부실 검증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부실 검증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책임론이 제기되는 법무부와 대통령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검증 라인에 포진한 검사 출신 인사들의 '제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일차적 검증을 담당했다. 경찰이 정 변호사를 단수 추천하고 이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대통령실이 검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법무부, 대통령실 등 여러 단계를 거치고도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봐주기식 검증' 의혹이 나온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는 이미 5년 전 보도됐다. 정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재직한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지검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차장검사였다. 검증 라인에 있는 대통령실 이원모 인사비서관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했다. 법무부·검찰 근무 경험이 있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였던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모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몰랐다"는 법무부와 대통령실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는 애초 정 변호사를 검증했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당시 "음지에 있던 인사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고, 감시가 가능한 통상의 시스템 안에 두는 것"이라는 법무부의 입장과도 배치됐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 변호사가 검사 출신이라는) 특별한 신분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검증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보경찰이 하는 일 중 하나가 세평 수집인데 어떻게 몰랐겠는가"라며 "윤 대통령의 경우 (중앙지검장 시절) 직속 부하였는데 언론 보도된 사안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사 검증 자체가 안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일차적 검증을 담당했다. /이새롬 기자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일차적 검증을 담당했다. /이새롬 기자

검찰 출신 일색인 인사검증 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부터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윤 대통령 등 사실상 검증 시작부터 끝까지 검찰 출신 인사들이 관여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법률적 하자 판단에 치우치거나 옛 검찰 동료에 대한 안이한 접근으로 국민 눈높이와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가족의 송사 문제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정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제대로 검증을 못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증 과정에 표기를 안 해서 몰랐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다. 검사 출신이 보직에 둘 검사를 정하고 검사들이 검증하게 된 셈이다. (정 변호사가)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았거나 문제가 있는 걸 알았지만 의도적으로 문제를 삼지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몰랐다' '공개할 수 없다'는 식의 법무부 대응 역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 교수는 "국가수사본부장을 정하는 중차대한 일인데 쉽게 알 수 있는 하자를 못 찾아냈다는 것은 문제고, 알았으면서도 문제를 안 삼았다면 더 큰 문제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국장도 "권한을 쓸 때는 이것저것 다 끌어다 쓰면서 정작 책임져야 할 때는 '몰랐다'고 하는 상황이 됐다. 책임과 권한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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