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에 빠진 '천화동인 1호 주인'…대장동 판 좌우한다
입력: 2023.02.20 00:00 / 수정: 2023.02.20 00:00

청구서에 언급되지만 죄명으로 적시 안돼
검찰 "추가 검토 및 확인 필요해 빠졌다"
재구속된 김만배, 남욱·유동규 따를까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 특혜 의혹을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왼쪽부터)가 지난달 1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 특혜 의혹을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왼쪽부터)가 지난달 1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얽힌 대장동 의혹 중 핵심으로 꼽히는 '천화동인 지분 428억 약정', 즉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죄명에서 빠졌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재구속된 김만배 전 기자의 진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공여, 이해충돌방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 중인 성남FC 광고비 의혹 사건도 넘겨받아 구속영장 내용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에게서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의심해왔다. 김 전 기자가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민구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의 몫으로 배분했고,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즉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은 이재명'이라는 논리다.

428억원 약정과 관련된 내용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로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김만배 전 기자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428억원 지급을 약속했다는 언급은 영장 청구서에 등장한다. 173쪽 분량의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기자가 2014년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게 해달라'는 김 전 기자의 청탁을 받아들였다고 적었다. 김 전 기자는 이같은 편의를 받는 대가로 이 대표 측에 추후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봤다.

173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검찰은 김 전 기자가 2014년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게 해달라는 김 전 기자의 청탁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동률 기자
173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검찰은 김 전 기자가 2014년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게 해달라'는 김 전 기자의 청탁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동률 기자

검찰은 영장청구서에서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2014년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교부한 금품 외에도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으며, 유동규는 정진상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만배는 2021년 1월31일 유동규에게 5억원을 지급하기도 했으며, 그 이후 김만배는 최종적으로 유동규 측에 교부할 구체적인 금액을 428억원으로 특정했다"며 "유동규는 2021년 2~3월경 428억원을 교부받을 구체적 방법을 검토해보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428억원 약정 관련 혐의가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추가 검토 및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별도로 의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약정이 입증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가 적용되며 개인 수뢰 사실이 드러난 이 대표는 도덕적 치명상을 입게된다. 뇌물을 약속받았다면 이 대표 혐의의 또다른 줄기인 4000억원대의 업무상 배임죄 입증도 손쉬워진다. 뇌물이 배임의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 입장에서 428억원 약정을 사실로 밝혀낸다면 '끝내기 홈런'을 치는 셈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공여, 이해충돌방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동률 기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공여, 이해충돌방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동률 기자

다만 지금까지 수사 경과를 보면 이 의혹은 대부분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가 관여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의 진술도 상당 부분 김만배 전 기자에 들은 내용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 전 기자는 천화동인 1호의 소유주는 자신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최근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죄 무죄 판결에서는 '정영학 녹취록' 속 발언을 김 전 기자 등에게 들은 이야기를 옮긴 '재전문 진술'이라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지난 17일 당 지역위원장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이재명은 언론보도 전까지 천화동인 1호 존재 자체를 몰랐다. 천화동인 1호는 2018억원을 배당받았는데 김만배 씨가 모두 임의 처분했다. 이재명 소유면 김만배 씨가 임의로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8일 김 전 기자가 범죄수익은닉죄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은 기회를 잡았다. 김 전 기자가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처럼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진술 방향을 바꾼다면 검찰은 승기를 잡게 된다. 반면 김 전 기자의 진술에 변화가 없고 다른 결정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검찰은 수사는 물론 공소유지에도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