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립 여건 갖춘 발달장애인, 성년후견 종료해야"
입력: 2023.02.18 09:28 / 수정: 2023.02.18 09:28

성년후견 이유로 자격증 거부…모친 종료 청구
"장애인 복지이념과 충돌…최소화해야"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이라도 자립 여건과 의지가 갖춰져 있다면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남용희 기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이라도 자립 여건과 의지가 갖춰져 있다면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남용희 기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이라도 자립 여건과 의지를 갖췄다면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후견적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54단독 박원철 판사는 발달장애인 A 씨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어머니 B 씨가 성년후견 종료를 청구한 사건에서 "성년후견 지속이 오히려 발달장애인의 복리를 저해하고 있다"라며 성년후견 종료를 결정했다.

지적장애인 A 씨는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으나 피성년후견인의 경우 노인복지법상 요양보호사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자격증 발급을 거부당했다.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 등으로 사무 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성년후견인을 지정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성년후견인인 어머니 B 씨는 성년후견이 발달장애인의 자기 결정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성년후견 종료를 청구했다.

법원은 장애가 의학적으로 남아 있더라도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후견이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 최소 개입의 원칙'에 비춰 볼 때 성년후견 개시의 원인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젊은 성인으로 장래 자립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다음 자격시험에 합격해 관련 기관에 취업해 근로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부모 도움 없이 하고 있고 자립 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부모의 자립 의지도 확고하다"라며 "성년후견이 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사회참여의 기회를 상실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후견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후견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성년후견인의 행위 능력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성년후견의 경우 발달장애인이 잔존능력을 활용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접근 기회를 전면 차단한다는 점에서 장애인복지의 기본이념과 충돌할 우려가 크다"라며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소외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으며, 현행법상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신상에 관한 자기 결정권이나 자격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이 보호자의 돌봄에 전적 의존해 의사소통할 수 없거나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전혀 기대하기 어려울 때처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장애인 성년후견 개시 및 유지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으로서 의학적으로는 그 장애가 현존하고 있더라도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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