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금, 정당성·필요성 인정"…이규원 1심 선고유예
입력: 2023.02.15 15:29 / 수정: 2023.02.15 15:29

출금 요청 문서 허위 기재 혐의만 유죄 인정
"김학의, 재수사는 기정사실"…출금 필요성 인정


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둘러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전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실무진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이규원(왼쪽부터)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뉴시스
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둘러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전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실무진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이규원(왼쪽부터)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뉴시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둘러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전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실무진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검사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선고 공판을 열고 이 검사에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차 전 본부장과 이 전 비서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던 출금 조처에 대해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절차에 대해서도 이 검사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수사기관'으로서 그의 긴급 출금 승인 요청은 대외적 효력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김 전 차관 역시 형식적인 사건 수리 절차를 거치기 전이라도 범죄 피의자로서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학의 출국 시도 당시 그에 대한 재수사는 기정사실화된 상태였고 실제로 일반 출금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다"며 "항공기 출발 시간을 30분 앞둔 상황에 김학의의 출국 시도를 알게 된 차 전 본부장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일반 출금이나 긴급 출금 가운데 한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 검사도 긴급 출금 요건과 절차를 검토해 조처 실행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수사 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학의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출국을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라며 "결과적으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그릇된 선택이었으나 일반 출금은 가능했다는 점에서, 어떤 경우에도 출금해서는 안 될 일반인의 출국을 저지하는 경우와는 달리 평가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직권남용 등 범죄를 저지를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긴급 출금은 축적된 선례가 거의 없어 검사에게도 생소한 제도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러 법조인도 긴급 출금의 법률상 요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다"라며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이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 출금 조처를 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직권남용죄를 인정할 정황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법무부와 대검찰청 지휘부에서 의사 결정한 김학의 긴급 출금 절차에 관여하는 정도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고, 김학의의 출금은 수사가 임박한 자의 해외 도피를 차단하기 위함이었을 뿐 불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검사 등의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 검사가 출금 조치 과정에서 긴급 출금 승인 요청서 서식에 서울동부지검장 명의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을 선고했지만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통상적으로 혐의는 인정되나 처벌 필요성은 떨어질 때 내리는 판결이다.

이 검사는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일부 유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서 더욱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무죄를 선고받은 차 전 본부장은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흐린 구름 사이에 싸여 잠시 빛을 잃은 진실과 상식의 빛이 정의의 법정에서 다시 환하게 빛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면서도 "같이 재판을 받은 이 검사도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함께 무죄를 선고받은 이 전 비서관은 "상식적 판단을 내려주신 법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오늘 무죄 판결을 계기로 김학의 사건의 시작부터 오늘까지 무겁게 돌아보고 성찰해서 검찰권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정의롭게 쓰이는 검찰을 만들도록 깊이 숙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검사 등은 2019년 3월 23일 오전 12시 20분 인천발 방콕행 저비용 항공사 티켓을 구매해 출국하려는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조회하고 부실한 서류로 절차를 밟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는 강한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권력 행사 시 어떤 경우에도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라며 이 검사와 차 전 연구위원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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