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포괄일죄' 주장 배척
법조계 "면소와 무죄는 다르다"
수사 따라 시효 내 범행 나올 수도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해외 순방 일정에 동행하기 위해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 의혹을 받았던 주가조작 '선수'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김 여사가 연루된 시기의 범행은 공소시효 완성에 따른 면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무죄 판결'은 아닌 만큼 의혹을 완전히 벗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선수 이모 씨 등의 선고공판에서 "2010년 10월 20일 이전 행위는 공소시효 완성, 면소 판결을 내린다"라고 밝혔다.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10년인데, 시세조종 주문은 2010년 9월 20일 종료돼 공소제기된 시점(2021년 10월 26일)을 기준으로 이미 10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 시기 이 씨는 '주포'(자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투자자)로 활동했는데, 김 여사도 이때 이 씨에게 주식 계좌를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금융 전문가에게 소개받은 이 씨에게 2010년 1월 주식계좌를 맡겼지만 수익은커녕 손실만 나서 2010년 5월 관계를 끊었다'라고 해명했다. 또 계좌를 맡겼을 뿐 이 씨가 이를 주가 조작 등에 사용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정도가 드러날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법원은 김 여사가 연루된 기간 범행에 대해 면소 판결을 내리면서 유·무죄 판단을 따로 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판 기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2010~2012년에 걸쳐 5단계로 진행됐고, 이를 '포괄일죄'(하나의 범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포, 시세조종에 이용할 계좌와 자금의 모집 방법, 이용된 계좌주, 범행의 구체적 방식, 주가 변동 정도와 거래량 모두 상이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여사의 계좌관리인 의혹을 받은 이 씨의 2010년 10월 20일 이전의 시세조종 혐의를 비롯한 3580개의 주가 조작 행위는 모두 면소 판단을 받았다.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와는 별개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권 전 회장 등 다른 가담자 5명은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시세조종 동기와 목적은 있었지만 시세 차익 추구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주가 조작'으로,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대한 범행은 아니라는 이유다.
주가조작 컨트롤타워 격인 권 전 회장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김 여사가 연루된 부분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이 나오면서 여당은 '김 여사에 대한 주가조작 거짓 프레임이 부서졌다'는 입장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논평을 통해 "'친문 검찰'은 김 여사를 탈탈 털었지만, 혐의가 나온 것은 없었고 김 여사를 기소하지도 못했다"며 "오늘 판결문 이유에서조차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여사는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계좌를 맡겼지만 주가 조작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개입한 일도 없다는 것이 진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역시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이 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됐다며 면소 판결을 했다"며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하였다는 민주당의 주장도 깨졌다"라고 했다.
법원이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 의혹을 받았던 주가조작 '선수'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김 여사가 연루된 시기의 범행은 공소시효 완성에 따른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새롬 기자 |
앞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김 여사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김 여사가 관여한 시기의 시세조종 행위를 면소 판단하기는 했지만 수사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다른 시기의 시세조종 행위는 유죄로 판단됐기 때문에 2020년 10월 이전의 행위는 '죄는 되나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 없다'의 의미로, 의혹을 완전히 벗었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봤다. 다만 "검찰이 공소시효 내의 범행 정황을 추가로 파악한다면 수사 및 기소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사법적 책임을 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공소시효 기간 내 범행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8일 공판에서는 사건 관련 투자자문사 사무실에서 파일 이름이 '김건희'로 돼 있는 엑셀 파일이 공개됐다. 이 파일의 작성 일자는 2011년 1월 13일자였다. 같은 해 10월 28일 공판에서는 김 여사의 어머니 최모 씨와 신한증권 직원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2011년 6월 10일 자 통화다. 이 통화에서 최 씨는 '도이치모터스 사장님과 아침에 통화했다'라고 언급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소시효 기간 내에도 거래에 가담한 정황을 파악한다면 수사할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며 "수사 의지의 문제"라고 짚었다.
애초 1심에서 면소로 판단한 부분이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주포와 계좌주가 달라졌더라도 도이치모터스를 위한 주가 조작이라는 동일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움직인 건데 왜 다른 범죄로 보는지 의문"이라며 "한 사람을 죽이는데 여러 명의 킬러를 고용했다고 해서 살인 범죄가 여러 가지가 되는 건 아니다. 항소심에서 뒤집힐 여지가 있다고 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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