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쌍방울 김성태 '대북송금' 알았나…물증이 관건
입력: 2023.02.03 00:01 / 수정: 2023.02.03 00:01

스마트팜 500만·방북비용 300만 주장
김성태 "이재명에게 고맙다는 말 들어"
이화영 "전화 바꿔준 적 없어, 전부 허구"


2018년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리종혁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사진=경기도
2018년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리종혁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사진=경기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북송금' 의혹의 열쇠를 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어 이같은 진술을 입증할 물증이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송환 당시 "이재명 대표를 모른다"고 단언하던 김성태 전 회장은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이재명 대표가 간여한 정황으로 해석되는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애초 김 전 회장이 북한에 건넸다는 500만 달러는 쌍방울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 대가로 여겨졌다. 쌍방울은 2019년 5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합의해 지하자원 공동개발, 관광지 개발 등 6개 분야 우선 사업권을 확보한 바 있다. 애초 '대북 비즈니스'를 위해 북한에 개인 돈을 줬다던 김 전 회장은 구속 후 500만 달러는 이 경기도와 북한의 교류협력 프로젝트인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2019년 1월과 4월 두차례에 걸쳐 대납한 것이라고 새로운 진술을 내놨다.

이재명 대표의 방북 추진 비용이라고 주장한 300만 달러도 폭발력이 크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스마트팜을 비롯한 6개 분야의 경기도-북한 협력사업을 합의한 뒤 서면합의를 위한 이 대표의 방북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같은해 11월 경기도를 방문한 리종혁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인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소속 공작원 리호남에게 이 대표의 방북을 제안하자 비용 500만 달러를 요구받고 이중 300만 달러를 11~12월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비슷한 시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영철 위원장에게 경기도지사 방북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같은 과정을 이 대표도 알았다는 정황도 거론된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전화를 바꿔줘 통화한 이 대표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팜 사업비용 대납에 대한 감사 표시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모두 보고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고도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5월 서울에서 만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경기도 대변인)에게 북한에 비용을 전달한 사실을 전했고 역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이 대표가 관여한 사실이 포착된다면 검찰은 이 대표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나아가 제3자뇌물죄의 공범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 대북 송금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위반이며 미국의 대북제재법에도 저촉된다. 미국은 미국 금융기관을 거쳐 북한에 자금을 보낼 경우 제3국 국적자까지 처벌하고 있다. 미 당국이 한국의 사법 처리 과정을 지켜본 후 김 전 회장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북송금 의혹의 열쇠를 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어 이같은 진술을 입증할 물증이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2018년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임명장을 주고 기념촬영하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대북송금' 의혹의 열쇠를 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어 이같은 진술을 입증할 물증이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2018년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임명장을 주고 기념촬영하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반면 이 대표 측은 이같은 김 전 회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2일 MBC가 공개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자필 옥중메모에는 "김성태 진술로 쌍방울 대북송금이 경기도와 이재명을 위해 이뤄진 것처럼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완전히 허구"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전 회장과 이 대표를 통화하게 해준적도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은 자체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했으며 경기도는 교류사업이든 방북이든 별도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김용 전 부원장도 김 전 회장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역시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결국 김 전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 존재 여부가 양측 공방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김 전 회장의 진술과 정황일 뿐 구체적인 증거는 밝혀진 바 없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구속기간 만료일인 5일에 앞서 3~4일쯤 김 전 회장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은 김성태 전 회장을 일단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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