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1호, 4호 피해자에게도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더팩트 DB |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긴급조치 1호, 4호 피해자에게도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긴급조치에 대한 일련의 판결 등 법률적 변화까지는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정지된다는 판결도 포함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긴급조치 1,4호 위반으로 구속됐던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1974년 긴급조치 1호, 4호 위반 혐의로 영장없이 체포·구속된 뒤 기간이 6차례 연장된 끝에 취소돼 석방된 A씨는 2019년 불법 체포·구금행위에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석방된 시점이나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보상금을 받은 2007년에는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식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뜻이다. 국가배상청구권은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에서 3년, 불법행위가 생긴 날에서 5년이면 시효가 끝난다.
대법원은 우선 긴급조치 1,4호는 위헌이 명백하고 공무원이 긴급조치에 따른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위법행위이기 때문에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직 시절인 2015년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게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지만 지난해 전원합의체에서 뒤집었다. 9호 판례를 1,4호에도 적용한 셈이 된다.
A씨의 청구권도 살아있다고 판단했다. 재판 단계 전에 구속 취소로 석방돼 재심 대상이 아니었고 긴급조치 1,4호가 위헌이거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손해배상 청구가 전혀 실익이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화운동 관련 보상금을 받으면 민사상 화해 효력을 인정한 민주화보상법 위헌 결정도 2018년에서야 나왔다. 일련의 법적·제도적 변화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는 또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기소됐다가 면소된 B씨의 손해배상 재심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원심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19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 도중 면소 판결을 받았다. 2002년에는 민주화운동 관련 보상금을 받았고 2013년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재판상 화해 효력이 있는 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로 확정됐다. B씨는 2018년 헌법재판소가 민주화보상법 위헌 결정을 하자 재심을 청구했다.
1,2심은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긴급조치 9호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보상금 지급이 결정된 2002년이 시효 기산점이 되므로 이미 소멸됐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B씨가 면소 판결을 받아 재심 청구를 할 수 없었고 긴급조치 9호의 위헌 결정은 2013년, 대법원의 국가배상책임 인정 판결도 지난해에서야 나왔다며 당시까지는 B씨의 국가배상청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시효가 정지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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