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빈 논란' 수사기관 허위진술…미·프·독 등은 형사처벌
입력: 2023.01.23 00:00 / 수정: 2023.01.23 00:41

미, 허위진술 '사법방해죄'로 의율
프·독도 처벌…법무부, 20여년째 검토 중


배우 이선빈이 검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재판이 아닌 수사 과정에서의 허위진술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더팩트 DB
배우 이선빈이 검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재판이 아닌 수사 과정에서의 허위진술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배우 이선빈이 검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재판이 아닌 수사 과정에서의 허위진술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미국에서는 수사 중 허위진술을 하면 '사법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조계와 학계에서 사법방해죄 내지 허위진술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수사기관 허위 진술, 국내서는 처벌 '사실상 불가'

이 씨는 2017년 연예기획사 이매진아시아가 웰메이드예당 회장 변모 씨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으로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 씨는 당시 더블유와이디 소유권에 대해 "더블유와이디는 변 씨와 관계가 없다"라고 진술한 반면, 4년 후 변 씨가 서 씨(전 더블유와이디 대표)를 고소한 사건 재판에서는 "더블유와이디는 변 씨 것이 맞다"라고 번복한 사실이 지난 4일 <더팩트> 보도로 드러났다. 재판장이 진술이 바뀐 이유를 묻자 "그렇게 모두 지시를 받았다. 그렇게 했어야 됐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SNS를 통해 "법정에서 증언을 했으면 처벌을 받아야지, 논란으로 되겠느냐"라고 반박했다.

현행 형법은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할 때 위증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법률에 의해 선서한 감정인 또는 통역인도 허위로 감정·통역을 할 경우 위증죄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정에서 허위 발언을 할 경우 해당되는 조항이다. 법정에서는 증인은 물론 통역인까지 폭넓게 처벌 대상으로 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한 경우 처벌하는 별도 조항은 국내법에 없다.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지만, 판례상 쉽지 않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중론이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판례상 허위 진술을 통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기는 힘들다"며 "대부분 자신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허위 진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하기에 부적절한 측면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1977년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진술을 한 행위가 형법상 증거위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졌으나 무죄로 판단했고, 지금까지 이 판례가 유지되고 있다. 진술을 '증거 자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허위진술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미국은 시행 중

미국의 사정은 다르다. 미국은 거짓 진술이나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수사 절차를 방해할 경우 '사법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사법방해죄는 구체적 죄명이 아니라 사법방해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군으로, 거짓 진술부터 증인이나 배심원의 출석을 방해하는 행위 등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사법방해죄를 폭넓게 적용하는 나라로 꼽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재임 중 사법방해 혐의를 받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혐의로 탄핵 소추를 당했다.

독일은 미국처럼 명시적으로 허위진술죄를 두고 있지 않지만, 피의자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한 참고인에 대해서는 무고죄와 범죄가장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반대로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허위 진술을 한 경우 형벌방해죄로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무고죄와 범죄가장죄, 범죄비호죄 등을 통해 사법절차에서 허위진술을 한 자를 처벌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위증죄를 적용하고 있다.

◆검찰 숙원 중 하나… 학계는 "진실 발견 위해 필요"

국내에서도 사법방해죄 도입의 목소리는 꾸준했다. 법무부는 2002년과 2008년 비슷한 취지의 법안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회에 상정도 하지 못했다. 검찰에게도 사법방해죄 도입은 플리바게닝과 함께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2016년 대검찰청 국정감사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은 교묘해지는 기업범죄를 고려해 사법방해죄 도입을 강조했으나 화두에 그쳤다.

최근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에 사법방해죄 도입이 거론됐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유착한 검찰 간부로 지목됐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디지털 기기 암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은 무렵 법무부는 사업방해죄 도입 검토를 골자로 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추 전 장관을 겨냥해 검찰 인사권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사법방해죄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해 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다.

학계에서는 실체적 진실 밝히기 위해 허위진술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적극 의율하고, 나아가 사법방해죄를 도입할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성수 검사는 한국법학원에서 발행한 논문 '피의자나 참고인 등의 허위진술, 증거조작 등 사법정의실현을 저해하는 죄'에서 "우리 형법 및 판례에 따르면 참고인은 거짓말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며 "형사사법 제도차원에서 볼 때 거짓말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유리하게 돼 사법 정의 실현에 협력할 아무런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있고, 거짓말을 포함한 어떠한 방법이라도 사용해 처벌만 면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형사사법과정에 진실보다는 거짓이 난무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승환 검사는 법조협회에서 발행한 '사법방해죄 도입론' 논문을 통해 "수사기능 또는 기소결정이 거짓말로 인해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절차에서의 허위진술에 대해서도 그 범위를 한정해 사법방해 행위의 일환으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수사절차에서 허위진술의 경우 현행법상 적용 가능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범인도피죄, 증거인멸 및 증인은닉 등의 죄, 무고죄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별도의 사법방해죄 또는 허위진술죄를 도입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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