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회사가 사기죄 형사처벌…약정금 못 받는 이유는
입력: 2023.01.16 06:00 / 수정: 2023.01.16 06:00

대법원 "조건 성취 가능성 낮았다면 민법 150조 해당 안돼"

애초 성취 가능성이 낮은 조건부 약정이라면 한 당사자가 신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더라도 약정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애초 성취 가능성이 낮은 조건부 약정이라면 한 당사자가 신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더라도 약정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애초 성취 가능성이 낮은 조건부 약정이라면 한 당사자가 신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더라도 약정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B회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B회사에 1000만원을 투자하면서 투자협정을 맺었다. 회사가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을 올릴 때마다 수익금 중 10%를 A씨의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 금액이 될 때까지 상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B회사 대표가 제품설명회에서 유통대리점주들을 놓고 "제품만 출시되면 매출 1조원 회사가 되므로 유통점주들은 대박날 것"이라고 속여 제품 선급금을 편취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자 A씨는 협정대로 투자금의 5배에 이르는 약정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조건의 성취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 상대방은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민법 150조 1항을 근거로 들었다. B회사는 애초 정상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매출을 올릴 의사가 없었고 이는 '신의칙에 반해 조건 성취를 방해한 행위'이므로 투자협정에서 정한 조건이 성취됐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1심은 투자협정에서 정한 조건인 B회사의 매출 발생이 성취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A씨 주장대로 B회사가 신의칙에 반한 조건 성취 방해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일방 당사자의 방해 행위만을 이유로 약정의 조건이 성취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B회사가 사기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등 방해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애초 A씨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 금액을 상환할 만한 매출을 올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민법 150조의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란 사회통념상 일방 당사자의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조건이 성취될 수 있었는데 방해행위 때문에 성취되지 못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봤다. 방해행위가 없었더라도 조건 성취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시다. 이같은 경우까지 성취로 본다면 단지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조건 성취에 따른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민법 150조 1항의 구체적인 의미와 판단기준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판례"라며 "앞으로 이같은 쟁점을 심리할 하급심 판단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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