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청 앞 도로 사이로 찬반 집회
소음·인파에 지역 주민들 당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성남=정채영·송다영 기자] "절대 지켜 이재명."(이재명 대표 지지자들) vs "이재명을 구속하라."(보수단체)
12차선 도로를 가운데 두고 여야 지지세력이 극명하게 갈라졌다.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검찰의 부당 수사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이 대표를 격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보수단체는 길 건너편에서 이 대표를 구속하라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오전 8시 30분 성남지청 인근인 지하철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 4번 출구 앞에는 이 대표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손 크기 현수막 피켓 십여 장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이들은 '이재명이 민주당이다', '우리가 이재명이다' 등 문구가 쓰여있는 손 피켓을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4번 출구 앞에는 이 대표 지지자들이 붙인 것으로 보이는 '검찰공화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국민이 바로 잡읍시다', '대한민국은 주인이 검사가 아니라 국민이다', '부당수사 보복수사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즐비했다.
지하철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인 '잼잼자원봉사단'이 설치한 듯한 천막이 보였다. 봉사단원 중 한 사람은 시위 참여자로 착각해 "여기 먹을 것도 있고 풍선도 준다"며 지하철 입구에 도착한 취재진을 천막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이들은 봉사단 조끼를 입고 집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따뜻한 커피, 물병, 손난로,손피켓, '잼칠라'(이재명 대표+친칠라가 합쳐진 캐릭터)가 그려진 파란색 풍선 등 집회 참석을 위한 위한 물품을 나눠줬다.
지하철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인 '잼잼자원봉사단'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천막이 보였다. (왼쪽 사진) 이들은 집회에 필요한 물품을 사람들에게 나눠줬으며, 손피켓을 직접 써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오른쪽 사진). /송다영 기자 |
성남지청 앞 왕복 12차로 도로를 사이에 놓고 양 진영은 격렬하게 집회를 진행했다.
이 대표 지지자 측은 성남지청 정문 앞 인도와 1개 차로를 중심으로, 반대단체는 같은 도로 건너편 인도와 2개 차로를 중심으로 집결했다. 이 대표의 출석이 임박해 올수록 더 많은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전 공지된 이 대표의 출석 시간 오전 10시 30분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자들은 점점 더 운집해 출석 무렵에는 약 600여 명이 모였다. 보수단체 측도 약 300여 명이 모여 이 대표와 민주당을 규탄했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 900여 명도 배치됐다.
반면 도로 반대편인 남한산성입구역 1번 출구 근처에서는 보수단체들이 자리를 잡고 맞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남 도망 개 체포하라',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성남시장 이재명 구속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민주당과 이 대표를 비판했다. '1조 6천억(원) 국민약탈 인허가권자 이재명 구속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대장동 버스'가 지하철역 근처를 빙빙 돌기도 했다.
두 단체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언성을 높였다. 한 보수 유튜버는 스피커를 연결한 마이크를 들고 이 대표 지지자들을 향해 "XXX 들아"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 지지자 집회 주최 측은 "이 대표가 자리에 도착했을 때 저들(보수 집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우리가 더 크게 구호를 제창하자"며 '우리가 이재명이다' '김건희를 수사하라' '표적수사 중단하라'를 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는 가운데, 성남지청 앞이 지지자 측과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집결해 혼잡이 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인근 주민들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북적대는 인파와 소음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성남지청 건너편 편의점에서 일하는 30대 류모 씨는 "6개월 정도 일했는데 그동안 중 가장 시끄러운 날"이라며 "어제 오후 12시쯤부터 저녁 5-6시까지 지금 모인 인원의 절반 정도 집회와 경찰이 모여 있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처 은행에서 일하는 김모(56) 씨는 "원래 다른 지점에서 일하는데 오늘 사람이 많이 모일 것 같다고 해서 지원나왔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까 봐 나와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성남시장' 출신 이 대표를 향한 평가는 갈렸다.
40년 동안 성남시에 서 산 주민 최모 씨는 "성남시가 누구 덕에 이렇게 좋아졌는데 이러는 거냐"며 "광고비를 받은 게 잘못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됐을 당시 음료수를 사가지고 갔는데 못 받는다고 말했다"며 "CCTV까지 설치해둔 게 이재명"이라고 두둔했다.
반면 지역 주민 박모(90) 씨는 "이 동네가 이렇게 시끄러운 곳이 아닌데 오늘 이재명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보러 나왔다"며 "다 자기 돈 벌려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 대표가 수원지검에 도착하기 전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 약 40여 명이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자리에 함께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검찰 조사가 우려되는 듯 굳은 표정으로 성남지청 주변 길가에 서서 이 대표를 기다렸다. 동행자들은 이 대표가 이동하는 동안에도 앞장서 걸으며 길을 터주는 등 옆을 지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시 19분께 성남지청 정문에 도착하자 지지자 집회 측은 "절대 지켜 이재명", "진짜 대통령 이재명"을 외치며 이 대표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송다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시 19분께 성남지청 정문에 도착하자 지지자 집회 측은 "절대 지켜 이재명", "진짜 대통령 이재명"을 외치며 이 대표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지지자들 사이 분위기는 지난 대선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파란 풍선과 현수막을 들고 이 대표를 맞이했다. 이 대표가 약 20분 성남지청 건물을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 지지자 집회 측은 "기호 1번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을 외쳤고, 배경음악으로 대선 당시 선거 캠페인 노래였던 '질풍가도', '나를 위해 제대로'를 재생했다.
반면 반대편 보수단체는 "이재명은 구속된다", "이재명을 구속하라"를 외치며 이 대표를 규탄했다. 또 이들은 "이재명은 조폭을 앞세워 대장동 등 차고 넘치는 범죄의 용의자"라며 "이재명을 반드시 구속시키고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 중 65세 아들과 함께 나온 90세 어머니가 보행 보조기를 끌고 와 시위 맨 앞줄에서 이 대표를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와 서울 송파구에서 왔다는 아들 이모 씨는 "지금 윤 대통령과 그 측근은 수사를 하나도 안 하지 않나. 너무 부당하다, 현장에 나와 '대표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50대 김모 씨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무너진다"며 "(이 대표) 얼굴은 못 보고 이마만 봤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갈아타서 2시간이 걸렸지만 오늘은 꼭 와야 하는 날 아니냐"고 울먹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출석에 앞서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당당하게 정치 검찰에게 맞서서 이기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 대표는 10시 40분께 수원지검 성남지청 본관 앞 포토라인에 서서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소환조사는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검찰의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6~2018년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네이버·두산건설 등 관내 기업들에서 17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후원금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인허가권을 갖고 민원을 해결해준 대가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