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대 원비 빼돌린 어린이집…대법, 공소기각 제동
입력: 2023.01.08 09:18 / 수정: 2023.01.08 11:03

"공소사실 특정, 방어권 행사 가능 수준이면 돼"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이 다소 불명확해도 검찰의 공소제기는 문제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이 다소 불명확해도 검찰의 공소제기는 문제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이 다소 불명확해도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큰 지장이 없으면 검찰의 공소제기는 문제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기,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대표 A씨 사건을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5월~2016년 9월 학부모 290명에게 1억5209만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매월 아동 1인당 특별활동비, 교재비 등 필요경비 17만원을 받고 교재판매회사에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남은 돈을 대출금 상환을 비롯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장에는 피해 학부모들이 실제 기망당하고 처분행위를 한 날이 특정되지 않았다. 피해금액도 개별적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불법취득액을 각 아동의 재원일수에 따라 계산하는 방식으로 산출하기도 했다. 이같이 공소사실을 제대로 특정하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줘 검찰의 공소제기가 무효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은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로 특정할 수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무리가 없다면 공소제기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봤다.

특히 포괄일죄에서는 각각 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전체적인 시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회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밝히면 범죄사실을 특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포괄일죄는 여러가지 개별 범죄행위를 포괄적으로 하나의 범죄로 인정할 때 쓰는 법률용어다.

A씨의 공소사실 역시 포괄일죄에 해당되는데 시기와 피해금액 합계, 기망 수단 등이 피고인으로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특정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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