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데이트 폭력으로' 이재명 손배소도 1월
'지각 대장' 사법농단·울산 선거개입 사건도 박차
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곽상도(사진) 전 국회의원의 형사재판이 계묘년 연초 마무리된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계묘년 초부터 법원 시계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연초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형사재판과 조카의 살인을 '데이트 폭력'으로 표현해 유족에게 소송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민사재판 1심 결론이 나온다. 설 연휴 후에는 감찰 무마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 검사 등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월성 원전 첫 기소건부터 조국·백원우 文 정부 인사까지 '심판의 해'
겨울 휴정기가 끝난 직후인 9일 오전 11시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공무원 A 씨 등 3명의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이들은 문재인 정의 탈원전 정책을 위해 원전 경제성이 저평가되도록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A 씨 등은 월성 원전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기소된 인물들이다. 검찰은 10월 A 씨 등에게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카의 범행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이 대표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이 대표의 조카 김모 씨는 2006년 서울 강동구의 한 가정집에서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이 대표는 조카 김 씨의 변호인이었는데, 대선 전 논란이 일자 "제 일가 중 일인이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라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유족은 이 대표를 상대로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같은 달 2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1심 결론을 낸다.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에 대한 1심 선고도 함께 이뤄진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0억 1600만 원, 추징금 25억 원 상당을 구형했다. 김 씨에게는 징역 5년, 남 변호사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틀 뒤에는 해직 교사를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첫 법원 판단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2시 조 교육감의 전 비서실장 한모 씨의 1심 선고기일을 연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교육감에게 징역 2년, 한 전 시버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각각 구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남윤호 기자 |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불거진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4년여 만에 1심 판단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다음 달 2일 오후 2시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 등의 1심 선고기일을 연다. 감찰 무마 의혹으로 함께 재판을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1심 선고도 함께 이뤄진다. 검찰은 지난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200만 원, 추징금 600만 원을 구형했다. 정 전 교수와 노 전 원장에게는 징역 2년과 징역 6개월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장 먼저 변론이 종결된 백 전 비서관 등에게도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같은 달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를 둘러싼 의혹으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 결과도 잇따라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8일 오후 2시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 검사와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1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김 전 차관의 출금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1심 판결도 선고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검사와 차 연구위원에게 징역 2년,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연구위원에게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5년 차' 사법농단·'3년 차' 울산 선거개입 사건 올해는 마무리되나
햇수로 3~5년째 진행 중인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와 문재인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신년에도 변론이 한창이다. 재판이 늘어지면서 해마다 연중 1심 선고가 가능할지 화두에 올랐지만 법관 인사와 공판 갱신 절차의 장기화로 언제쯤 1심 결론이 나올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판이 늘어진 데에는 방대한 공소사실과 법관 인사가 원인으로 꼽힌다. 2018~2019년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재판 도중 재판장이 바뀌었다. 임 전 차장의 경우 기존 재판장이었던 윤종섭 부장판사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내 수개월간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새 재판장이 부임한 후에는 전례 없는 공판 갱신 절차를 요구했고, 재판장이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앞서 진행된 증인신문 녹취를 법정에서 청취하는데 7개월을 할애했다. 임 전 차장 재판 역시 비슷한 기간 동안 공판 갱신 절차를 밟은 뒤 지난해 10월부터 증거조사에 들어갔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 등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지지부진한 진도는 검찰 수사와 법관 인사 문제가 겹친 결과다. 이들은 2020년 1월 기소됐으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열람·등사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렸다. 첫 정식 공판은 기소 1년 4개월 만인 지난해 5월 10일에야 열렸다. 그 사이 황 의원의 임기는 절반이 지났고, 송 전 시장은 임기를 다 채웠다. 올해 1심이 마무리되더라도 상고심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재판 결과는 선출직 공무원 피고인들의 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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