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대상화로 비하…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
배우 배수지 씨를 '국민호텔녀'라고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유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더팩트 DB |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배우 배수지 씨를 '국민호텔녀'라고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유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죄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배수지 씨를 놓고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란에 '언플(언론플레이)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영화폭망 퇴물'이라고 써 모욕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표현이 모욕적이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고 공적 관심을 받는 연예인에 대한 모욕죄 성립을 판단할 때 일반인보다 기준이 높아선 안된다는 관점의 산물이다.
'언플이 만든 거품'은 배씨의 인기를 나타내는 긍정적 기사가 언론 플레이의 결과물이라는 의미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호텔녀'는 과거 스캔들을 근거로 '국민여동생'이라는 마케팅 구호를 비꼰 것이며 '영화 폭망'은 배씨가 출연한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사실을 거칠게 표현했을 뿐 모욕적 표현은 아니라고 봤다. '퇴물' 표현 역시 다소 과격하기는 하지만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반면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도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인지를 가려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예인에 대한 모욕적 표현을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언플이 만든 거품', '퇴물'이라는 표현은 다소 거칠어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국민호텔녀'는 다르다고 봤다. 배씨의 사생활을 들춰 평소 청순한 이미지를 뒤집고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이며 여성을 혐오하는 표현의 성격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민호텔녀'는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 표현이며 정당한 비판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정당행위로 보기도 어렵다"며 "원심이 모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충분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의 구체적 표현 중 공적 활동영역과 사생활에 관한 것을 구분해 판단했다는 평가다. 표현의 자유의 인정 범위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