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를 이렇게 수사했다면"…'불법 출금' 피고인의 울분(종합)
입력: 2022.12.17 00:00 / 수정: 2022.12.17 00:00

검찰, 김학의 출금 실무진에 전원 실형 구형
변호인 "진조단 검사도 출금 요청 자격 있다"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후 5년 반 만이다. saeromli@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후 5년 반 만이다. saeromli@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둘러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전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역시 실형을 구형받은 당시 출금 실무자는 '왜 검찰은 수년 전 김학의를 이 사건 피고인처럼 수사하지 못했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검사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결심 공판에서 "적법 절차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는 강한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권력 행사 시 어떤 경우에도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우리는 국민적 비난이 된 사람을 상대로 공권력을 행사할 때는 적법 절차에서 예외를 두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만, 지금은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으로 확립된 미란다 원칙처럼 적법절차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상대할 때에도 철저히 지킬 때 빛을 발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법원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도 된다고 용납하면 대한민국의 수많은 법 집행 기관에 그래도 된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이번 주제에서도 우리 법원이 '급하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은 엄연히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법의 엄정함을 보여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에게 각 징역 3년,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권한이 없는 검사가 무고한 민간인의 출국을 막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법리적으로 반박했다.

차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검찰은 김학의를 피의자로 볼 수 없었다지만, 과거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고, (출금)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김학의를 구속 기소했다는 점에서 그의 불법성이 명백하다는 반증이 있다"며 "이 검사가 수사권이 없는 조사단 소속이라 긴급 출금 요청 자격이 없다고 하지만 많은 교재에서 검사를 수사권을 지닌 단독 관청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변론을 한 이후 검찰은 반론을 제기하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검사 측 변호인 역시 "검찰총장의 지휘권은 대검찰청 소속 검사뿐만 아니라 모든 검사에 미친다. 피고인은 봉욱 당시 대검 차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봉 전 차장의 지시에 출금을 요청했다고 진술해왔고, 이는 봉 전 차장의 문자 메시지와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통화내역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당시 실무를 맡았던 이규원(왼쪽부터)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당시 실무를 맡았던 이규원(왼쪽부터)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뉴시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김 전 차관은 석연찮은 이유로 여러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고 끝내 무죄를 확정받은 것과 달리, 출금 실무진은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 모순적 상황을 언급했다.

차 전 본부장은 "소설 같은 공소장과 동료 공무원의 고생으로 쓰인 조서를 접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울분과 분노가 치밀었다"며 "이 사건 수사팀 검사들이 피고인을 대상으로 강도 높게 수사한 것처럼, 김 전 차관의 1·2차 수사 때 혐의를 집요하게 파헤쳤다면 검찰의 신뢰도 추락하지 않았고 진상 조사도, 긴급 출금과 재수사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 명예뿐만 아니라 전국 출입국 공무원의 명예가 이 사건에 달려 있다"며 "출금 조치에 관여한 모든 직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검찰 조사로 고생하게 해 미안하다는 마음과, 함께 출금을 해낸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 역시 "출금 대상이 김학의라는 고위 검사 전관이 아니라 미란다 원칙의 미란다처럼 히스패닉 계열 소수자였다면 이렇게 됐을지 의문"이라며 "사건이 일어난 날 새벽 1시에 통화를 시도하고 대검의 승인과 허락을 구하려 했던 이 검사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고 너덜너덜해져야 할 어떤 이유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도 절차를 지켜야 한다'라는 구형 의견을 겨냥해 "이것이 인권의 보편성인가. 제가 보기에는 인권이 아닌 김학의의 특권"이라고 반박했다.

이 검사는 "공직을 면하지 못한 상태라 공개법정에서 소위 말해 진한 진술을 하기는 어렵다"며 서면 제출로 최후진술을 대신했다.

이 검사 등은 2019년 3월 23일 오전 12시 20분 인천발 방콕행 저비용 항공사 티켓을 구매해 출국하려는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 출금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조회하고 부실한 서류로 절차를 밟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검사 등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은 다음해 2월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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