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14일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신병까지 확보한 검찰은 박 전 원장을 조사한 뒤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박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했을 당시 국방부와 해경 등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을 내린 경위를 수사 중이다.

서훈 전 실장은 이씨가 피격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자진 월북 결론과 배치되는 첩보를 삭제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회의에는 박 전 원장을 비롯해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는데 검찰은 국정원이 회의 후 첩보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고 의심한다.

국정원은 지난 7월 박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서훈 전 실장에게서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 직원들에게도 정보 삭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 중이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을 상대로 당시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국정원 직원들에게 어떻게 지시했는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이날 검찰에 공개 출석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12일 SNS에 글을 올리고 "14일 오전 10시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 소환 공개 여부는 검찰과 변호인 간 조율하겠지만 현재 저의 견해로는 공개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13일에도 "어떤 경우에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답게 행동한다. 검찰 조사에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서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한 서훈 전 실장을 지난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로 구속기소 했다. 전날 노영민 전 실장에 이어 이날 박 전 원장까지 조사한 뒤 사건을 사실상 종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원장과 서욱 전 장관을 일괄 기소하고, 정보 삭제 지시 의혹과 관련해 서 전 실장도 추가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 전 실장과 이인영 전 장관에 대한 기소 여부는 미지수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