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마약 범행으로 영구적 입국금지…법원 "다시 판단하라"
입력: 2022.12.05 07:00 / 수정: 2022.12.05 07:00

"6년 전 결정만으로 비자 발급 거부는 재량권 일탈"
'20년 전 입국금지' 유승준 대법 판례와 유사


6년 전 마약 범행으로 영구적으로 입국을 금지당한 재외동포에 대해 법원이 입국 금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이새롬 기자
6년 전 마약 범행으로 영구적으로 입국을 금지당한 재외동포에 대해 법원이 입국 금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6년 전 마약 범행으로 영구적으로 입국을 금지당한 재외동포에 대해 법원이 입국 금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무기한 입국 금지 조처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이유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부장판사는 미국 시민권자 A 씨가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 사증 발급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A 씨)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4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이에 법무부 장관은 A 씨의 입국을 영구적으로 금지했다.

7년 뒤 A 씨는 재외동포(F-4) 체류자격 사증 발급을 신청했으나 총영사관은 7년 전 법무부 결정을 근거로 발급을 거부했다.

이에 A 씨는 총영사관의 사증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원고는 어린 나이에 한순간의 실수로 범행을 저지르고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 범행의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보기도 힘들다"라며 "피고(총영사관)는 공익과 사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약 6년 전에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 발급을 거부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주장했다.

또 한국에 들어가지 못해 경제활동에 큰 지장을 받았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단절됐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6년 전 결정만을 사유로 사증 발급을 거부한 건 재량권 남용이라는 이유다.

재판부는 "피고(총영사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하는 등 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무부의) 결정만을 사유로 사증 발급을 거부했다"라며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과 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의 한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제한을 완화함으로써 재외동포가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해 정착한 이후에도 한국과 관계가 단절되지 않게 하려고 제정된 법"이라며 "이처럼 재외동포법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에 비춰 보더라도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 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승복하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을 금지당한 가수 유승준의 입국 허가 여부를 따진 대법원 판례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유 씨 역시 총영사관을 상대로 재외동포(F-4) 비자를 발급해달라고 소송을 내 1·2심에서 패소했으나 파기환송심을 거쳐 승소했다. 사건을 파기 환송한 대법은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 발급 거부 처분을 한 건 위법하다"며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은 당시 제재 처분이 처분의 근거가 된 내용에 비해 과중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면 위법한 처분이라는 2007년 판례도 근거로 들었는데, 이 재판부 역시 해당 판례를 참조해 판결했다.

유 씨는 파기환송심 판결을 근거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재차 거부당했고, 두 번째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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