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족에도 "각 1억 배상하라"
검찰 불법 수사는 인정안해
이춘재의 8차 살인 사건 진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에게 국가가 약 18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2020년 12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축하를 받고 있는 윤 씨(왼쪽에서 세번째)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춘재의 8차 살인 사건 진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에게 국가가 약 18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김경수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윤 씨와 그의 형제자매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약 3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국가는 윤 씨에게 18억 6900만 원, 윤 씨의 형제자매에게 각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형제자매의 위자료 액수는 고유 위자료 5000만 원과 사망한 부친의 위자료 상속분 5000만 원을 합산한 수치다.
재판부는 경찰의 불법 체포와 구금, 가혹 행위 등 경찰 수사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과정과 감정 결과에도 위법한 점이 있다고 봤다. 다만 검찰 수사의 위법성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서는 "국가의 불법 행위 내용과 정도, 원고가 입은 피해 및 고통과 사건의 재발 억제·예방 필요성, 유사한 국가배상 판결에서 위자료 인정 금액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윤 씨가 이미 지급받은 25억 원 상당의 형사보상금을 공제했다고 밝혔다.
선고 후 윤 씨는 취재진과 만나 "이런 날이 올 줄 꿈에도 생각 못했고,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그저 그렇다. 오랜 세월 격리돼 있다가 세상에 나오니 워낙 바뀐 게 많아 아직도 적응하기 힘들다"며 "(출소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이 세상을 같이 사는 게 힘들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비록 검찰 수사의 위법성은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날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 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의 자택에서 박모 양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2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하지만 윤 씨가 진범으로 지목된 사건은 이춘재의 연쇄살인 범행 가운데 8차 살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춘재는 2019년 범행을 자백했고, 윤 씨는 같은 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이듬해 12월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경찰 진술조서 및 피의자 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 진술은 경찰이 피고인을 불법 체포·감금한 상태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가혹 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며 윤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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