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기소' 김형준 무죄…"직무 관련 뇌물 아냐"
  • 송주원 기자
  • 입력: 2022.11.09 11:58 / 수정: 2022.11.09 11:58
무죄 선고에 울컥…"정치적 논리로 기소…참혹했다"
공수처, 즉각 항소 입장 
옛 검찰 동료였던 변호사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준(가운데)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정한 기자
옛 검찰 동료였던 변호사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준(가운데)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 재직 시절 옛 검찰 동료였던 변호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9일 오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장판사와 변호사 박모 씨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의 금품·향응 수수를 사실로 인정했지만 이를 검사로서의 직무와 관련한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향응을 제공하고 수수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친분 관계와 제공 시기, 상황이나 수수 금액 등을 종합하면 직무에 대한 대가로서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에 관한 대가적 관계에 있다는 취지로 공소가 제기됐으나 피고인의 검사로서의 직무와 이 사건 향응 사이에 전체적·포괄적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검찰 동료였던 변호사 박모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합수단에 배당되자 10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10월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 스폰서 김모 씨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렸던 사건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만 기소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스폰서 김 씨는 2019년 12월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검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3월 김 전 부장검사를 기소했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직접 기소한 첫 사건이기도 하다.

김 전 부장검사 측 변호인은 선고공판 뒤 취재진과 만나 "정치적 계산과 조직 논리에 따라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 사건"이라며 "법원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혀줬다고 생각한다. 현명한 재판을 해주신 재판장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또 변호인은 "서초동 전체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던 때를 이용해 고발이 이뤄졌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미 앞 사건으로 모든 걸 다 잃어버린 입장에서 재차 기소되면서 너무나 큰 고통을 입었다"며 "공수처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공수처 조처에) 맞춰서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날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뒤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취재진과 만나서는 "재판부에서 진실과 정의를 토대로 판단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경의를 표한다"며 "(사건 발생) 6~7년이 흐른 지금 가족들과 조용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앞으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 활동하면서 살겠다"라고 했다.

자신을 기소한 공수처를 겨냥해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간 신설된 조직에서 많은 공무원 분들이 일을 하고 계신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인지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진실을 왜곡해 너무나 참혹했다. 포기하지 않고 변호인들과 함께 진실을 주장했고 이를 재판부에서 받아들이셨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무죄 선고 직후 "재판부 판단 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 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하겠다"라고 밝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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