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망 25년 만에 순직 인정…"유족급여 소급은 불가"
입력: 2022.11.07 07:00 / 수정: 2022.11.07 07:00

사망 시점 아닌 '등록 신청한 달' 이후부터 지급
法 "국가 재정·사회보장 수준에 따라 정해진 기준"


사망 25년 만에 아들의 순직을 인정받은 부모가 사망 시점부터 환산한 유족급여를 지급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새롬 기자
사망 25년 만에 아들의 순직을 인정받은 부모가 사망 시점부터 환산한 유족급여를 지급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망 25년 만에 아들의 순직을 인정받은 부모가 사망 시점부터 환산한 유족급여를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순직이 아니라 유족 등록 신청 시점부터 유족 급여를 지급해야한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A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의 아들은 1992년 6월 군 복무 중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대는 고인을 '기타 비전공상자'로 구분했다.

A 씨는 2006년 5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부대 내에서 간혹 구타 및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되나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직접적인 원인이 될 만한 부대 생활의 부조리나 구타 및 가혹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진정을 기각했다.

이에 A 씨는 2012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추가 조사 뒤 국가보훈처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 씨는 2014년 1월 서울지방보훈청장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및 보훈보상대상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역시 직무 수행 관련 가혹 행위가 극단적 선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017년 3월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고인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해 '순직 III형'으로 결정했다.

A 씨는 같은 해 6월 서울지방보훈청장에게 거듭 유족 등록 신청을 했고, 보훈 당국은 이를 인정해 유족급여를 지급했다.

A 씨 측은 보훈보상대상자 유족 등록 신청을 한 2017년 6월이 아닌 사망 직후인 1992년 6월분부터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또 유족급여 지급이 늦어져 지연손해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유족 등록신청을 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유족급여를 지급하는 보훈보상자법 조항은 군인의 사망 직후 군 당국이 순직으로 인정해 즉시 보훈보상대상자유족으로 등록된 경우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라며 "순직군인의 사망일에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지나 유족에게 보상하기 시작하면 유족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훈보상대상자 유족 등록 신청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유족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보훈보상자법 조항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등록신청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 국가유공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를 파악하기 어려워 국가 예산을 수립할 때 보훈 목적의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국가재정형편을 감안해 결정되는 보상 수준 자체를 결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등록신청 시를 기준으로 그 이후부터만 보상금수급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보훈보상대상자 수가 대폭 증가해 국가재정 형편상 보상금을 소급해 지급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훈보상대상자에게 등록 신청일이 속한 달 이후의 보상금만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은 지급 대상자의 범위 파악과 보상 수준 결정에서 용이성, 국가의 재정적 상황 등 입법정책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이 사건 법률 조항이 입법재량 범위를 넘어 원고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함께 청구한 지연손해금에 대해서도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인이 부대 내 가혹 행위를 받았다는 사실과 관련해 불명확한 진술들, 이와 상반된 진술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점에 비춰 보훈 당국으로서는 이 사건 처분 당시 고인이 보훈보상자법에서 정한 '재해사망군경'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소속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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