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박범계 "尹, 대통령 정당성 찾으려 文 탄압식 수사"
입력: 2022.10.17 00:00 / 수정: 2022.10.17 05:06

"尹 중앙지검장→검찰총장 승승장구하고 원한?"
"김건희 의혹은 대선 때 없었나"
"'정적 죽이기' 수사 혈안…지금 그럴 때인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거쳐 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정책이었던 ‘검찰개혁’과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되는 문재인 정부 관련 의혹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더팩트>는 박범계 의원의 인터뷰를 정치 분야, 검찰 분야 2편으로 나눠 싣는다.<편집자주>

[더팩트ㅣ박숙현·송다영·김세정 기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잇는 핵심 인물이다. 사법연수원 시절 인터뷰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매료됐다는 그는 2002년 제16대 대선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이 '후보 단일화' 문제로 곤경에 처하자 9년간의 판사 생활을 끝내고 과감히 캠프에 합류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내면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던 박 의원은 2012년에서야 여의도에 입성했다. 3선 의원으로 활발한 의정활동을 이어오다 박상기, 조국,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마무리 투수'를 자처한 박 의원은 약 1년 4개월의 장관 임기를 마무리하고 지난 5월 국회로 돌아왔다. 전직 장관이라고 해서 2선 후퇴하진 않는다. 상임위를 법사위로 택했으며 이재명 대표 출범 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1인시위, 항의방문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참여정부 시절 '검사와의 대화'에서 만난 검찰,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만난 검찰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일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오면서 검찰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질까. 박 의원은 "다음 대선에는 차원이 다른 검찰개혁 주장이 나올 것이다. 검찰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검찰 문제 본질은 수사의 공정성이다. 지금은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근 일련의 검찰 수사를 어떻게 보는가.

수사라는 헌법상, 법률상의 도구와 수단을 통해서 말 그대로 '정적 죽이기'를 한다고 본다. 저는 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윤석열 대통령이 원한을 가졌는지 아직도 이해 못 한다. 대체 이유가 뭔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시작하자마자 한직을 돌던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적으로 발탁해줬고 파죽지세로 검찰총장까지 시켰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인사에 상당 부분 관여했다. 마음껏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는가. 검찰총장이 되면서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갈등이 시작됐지만, 그래도 원한을 맺을 만큼의 관계는 아니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하는 것을 보면 사무친 원한을 가진 것처럼 하지 않나. 도저히 이해 안 된다. 총장으로서 수사권을 휘두르다가 정치에 투신하고,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만드는 궤변에 불과하다. 정치에 투신한 이유를 전임 정부와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에서 원인을 찾고 그것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극대화하면서 정권의 정당성을 강변하다 보니까 수사를 통한 전임 정부에 대한 탄압으로 가는 것이다.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투신한 과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탄압식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새롬 기자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투신한 과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탄압식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검찰이 수사 중인 여러 사건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이미 대선 때 있던 것"이라고 말하더라.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대장동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코바나콘텐츠 후원, 허위경력 의혹 등은 대선 때 없었던 것인가.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여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소위 '친정권 검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김건희 여사 사건 같은 경우 지난 정부에서 이들이 수사해도 나온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너희 정권에 친했던 검사들이 기소 못했지 않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제가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같이 일했던 검찰 출신의 간부들, 과장들 모두 개혁적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100% 동의하지 않더라도 80~90%는 동의했다.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맞고, 특수활동비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 검사에게 수사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이라는 거대한 수사기관을 사법적으로 통제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검사들이 많았다. 일선 검찰청에 현장방문을 하다 보면 '우리 검사들이 많이 바뀌는구나' 생각할 정도로 변화가 보였다. 그런데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윤석열 총장이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중계방송이 있었지 않나. '일국의 검찰총장이 정치에 투신하는 것이 맞나'라는 게 제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누구라고 밝힐 수 없지만 어떤 검사가 기다렸다는 듯 너무나도 흥미롭게 보더라. 또 다른 검사는 "지지율이 꽤 오를 겁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기본적으로 검사들이 '윤석열이라는 검찰총장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이번 정부 들어서 좌천을 시키더라.

-개혁적이라고 생각했던 검사들조차 그렇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것이 검찰의 조직문화다.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개혁적인 검사가 많이 있었다. 저는 이번 대선을 '법조대선' '검찰대선'이라고 말한다. 그런 권력의 대소용돌이 속에서는 검찰이라는 조직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

박범계 의원은 장관 시절 만난 검사들 일부는 개혁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검사들이 기본적으로 윤석열이라는 검찰총장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장관 퇴임식에서 박 의원의 모습. /남용희 기자
박범계 의원은 장관 시절 만난 검사들 일부는 개혁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검사들이 기본적으로 '윤석열이라는 검찰총장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장관 퇴임식에서 박 의원의 모습. /남용희 기자

-검찰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입법 과정에서) 제가 본질은 수사의 공정성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만 공정하게 한다면 수사권이 어디 있는 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더 남겨둘 수도 있다. 전가의 보도처럼 검찰은 칼을 휘두르지만, 스스로의 수많은 부패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수사받고 처벌받은 적이 없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남에 들이대는 잣대가 본인들에게도 공정히 들이대고,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수사한다는 국민적 확신이 들었다면 왜 경찰에 수사권을 더 주려고 했겠는가. 입법 과정에서 직급별 회의를 하지 않는가. 평검사 회의도 하고, 부장검사 회의도 하고 그랬다. 그때 약속 많이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그런 약속 다 어디 갔나.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인사에 상당 부분 관여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위 '총장 패싱'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지 않나. 윤석열 총장에게 인사 권한을 많이 줬다고 보는가.

저는 윤석열 정부처럼 검찰총장 없이 검찰 인사를 하지 않았다. 사후적으로 총장으로 만들어주긴 했으나 총장 직무대행인 대검 차장검사와 인사 논의를 하지 않았나. 차장과 협의하는 것과 총장과 협의하는 것은 다르다. 저는 윤 총장과 두 번 했다. 시간도 무려 두 시간, 두 시간씩 총 네시간을 했다. 말씀은 혼자 다 하더라. 조선일보 출신 캠프 대변인이 '99% 혼자 다 말씀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인사 요구를 안 들어줬다고 '패싱'이라고 말하는데 저는 네시간이나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줬고 일부 반영한 부분도 있다. 본인께서 중앙지검장 때에 휘둘렀던 힘보다 약해져서 서운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저와의 관계가 아닌 이전 장관들과의 관계에서 있었던 문제다.

-민주당 일부 극렬 지지층에서는 '장관 시절 단호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해는 저물었고 갈 길은 멀다", "저는 유폐된 법무부 장관이다"라는 말을 했다. 사도세자가 유폐됐지 않나. 검찰이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했는지 아니면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했는지는 판정하기 어렵다. 그때 왜 기소 못했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법조대선, 검찰대선이기 때문에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과연 의혹만큼의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불가능한 상황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미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상 무엇을 요구하고, 관철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지만, 2월 들어서는 패색이 짙은 분위기 속에서 대선을 맞이했고 그 뒤 소위 '검수완박' 국면이 들어섰다. 이미 정권이 넘어갔는데 '코 박고 죽지 않았다'고 나무란다면 할 말이 없다.

박 의원은 다음 대선이 검찰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새롬 기자
박 의원은 다음 대선이 "검찰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새롬 기자

-장관 시절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이 역행할까 봐 우려된다"고 언급했는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더 나빠졌다. 다음 대선은 검찰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의 싸움이 될 것이다. 여환섭 고검장이 퇴임하면서 "조직의 존폐와 관련될 수 있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검찰개혁 주장이 나올 것이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정치에 투신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고, 그래서 법조대선에서 검찰대선이 됐다. 검찰조직 문화 개선을 우리가 다 이뤄내지 못했다.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찰 수사권 일부를 조정해 경찰에게 넘겼지만, 검찰의 조직문화 개선이 안 됐다. 사람들은 그대로다. 일부 변화의 조짐은 있었지만, 싹은 이미 3월9일에 꺾여 나간 것이다. 그런 속에서 지금 대대적인 전 정부에 대한 탄압수사를 한다. 검찰이 부족해 이제 감사원까지 동원한다. 검찰-감사원-경찰이 삼각편대를 형성해 전 정부 수사에 혈안 됐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그럼 다음 대선은 어떻게 되겠나. 지금 수사가 옳은 것인지 정당한지로 갈 것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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