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공 전 설계 보완은 '보완시공' 아니다"
  • 송주원 기자
  • 입력: 2022.10.16 09:00 / 수정: 2022.10.16 09:00
시공 전 기존 설계를 보완한 것을 건설기술진흥법상 보완시공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시공 전 기존 설계를 보완한 것을 건설기술진흥법상 '보완시공'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시공 전 기존 설계를 보완한 것을 건설기술진흥법상 '보완시공'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 주식회사가 B 공사를 상대로 낸 부실 벌점 부과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사는 B 공사의 빌딩 신축 공사 설계용역 입찰에 참여해 낙찰자로 선정돼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 사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PHC(고강도 콘크리트) 파일 공법을 사용하겠다는 취지의 최초 실시설계도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하지만 공사 대상 지역의 지지층 깊이가 PHC 공법의 최대 시공 깊이를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B 송사는 헬리컬 파일 공법(나선형 날개를 부착한 소구경 강관을 소요 지지층까지 회전관입시키는 스핀-파일 공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내에서 헬리컬 파일 공법이 지반 깊이 60m 이상에 적용된 사례는 없었지만 B 공사는 시공전시험을 통해 파일이 지지층 심도까지 정상적 시공이 가능하고 허용지지력도 설계하중을 만족하는 것으로 판단되자 헬리컬 파일 공법을 최종 채택했다. A 사 역시 헬리컬 공법을 반영한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해 설계용역 업무를 완료했다.

문제는 B 공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시공사가 감리단에 안전성 재검토를 요청한 결과, 측정된 침하량이 평가 기준상 허용침하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발생했다. 침하란 하중에 의해 지반이 가라앉는 현상이다. 허용침하량은 상부구조의 기능 및 구조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되는 기초의 침하량을 말한다.

A 사는 헬리컬 공법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고, 보완설계 등이 이뤄지면서 착공이 늦어지면서 빌딩은 예정일보다 210일 늦게 준공됐다. B 공사는 A 사의 신공법에 관한 이해 부족 등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며 벌점 2점을 부과했다.

이에 A 사는 B 공사의 벌점 부과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A 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B 공사는 원고(A 사)의 신기술 또는 신공법에 관한 이해의 부족으로 보완시공이 발생한 것을 벌점 부과 사유로 들지만 헬리컬 파일 시공은 신기술 또는 신공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보완시공이란 이미 시공된 시설물에 문제가 있어 보완하는 공사를 의미하는데, 원고가 시공 전 설계를 보완해 시공이 문제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보완시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사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건설기술진흥법은 '보완시공'의 의미에 관해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지만 시행령 벌점 측정기준의 문언상 보완시공은 시공이 이뤄진 후에 발생한 추가시공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A 사의 경우 설계에 문제가 발견돼 이를 보완한 것으로 '보완설계'에 해당할 수 있어도 보완시공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를 전제로 한 피고(B 공사)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은 '주요 구조부 또는 그 밖의 구조부를 설계도서 및 관련 기준과 다르게 시공해 보완시공이 필요한 경우', '자재 선정의 잘못으로 인한 공사의 부실을 초래한 경우로서 주요 자재 품질·규격의 적합성 검토를 소홀히 하여 보완시공이 필요한 경우' 등을 벌점 부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헬리컬 파일 공법이 건설기술진흥법상 신기술지정 절차를 거쳐 고시되지 않아 신기술 또는 신공법으로 볼 수 없다는 A 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설기술진흥법 14조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특정 건설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존 건설기술을 개량한 자의 신청을 받아 그 기술을 평가해 신규성·진보성 및 현장 적용성이 있을 경우 그 기술을 새로운 건설기술로 지정·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 규정은 신기술을 개발한 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기술개발자가 기술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헬리컬 파일 공법이 국내에서 지반 깊이 60m 이상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는 사실에 다툼이 없는 이상 지반 깊이 60m 이상에 헬리컬 파일 공법을 시공하는 것은 신기술 내지 신공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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