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업무상 필요가 없는데도 순환 근무 명목으로 지점장을 팀장으로 전보했다면 부당한 인사 처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 신용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전보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조합 소속 지점장 B 씨는 2020년 10월 다른 지점 팀장으로 전보됐다. B 씨는 부당 전보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1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전보 처분으로 B 씨에게 미치는 생활상 불이익이 크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아 부당하다"라며 B 씨의 신청을 인용했다.
A 조합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판단은 같았다. 이에 A 조합은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A 조합 측은 재판 과정에서 문제된 전보 처분에 대해 "오랫동안 누적된 인사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순환근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노위·중노위와 마찬가지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전보라고 봤다. 약 10년 동안 관리 업무만 담당해온 B 씨에게 실무 수행 업무를 맡기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B 씨가 전보된 팀은 팀장 1인만으로 구성돼 실무 수행이 불가피한 곳이었다.
또 재판부는 "B 씨가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해당 지점은 종합평가에서 비약적인 상승을 보였다. 지점장에 적합한 B 씨의 관리 업무 능력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라며 "관리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B 씨를 실무직인 지점 팀장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B 씨와 같은 직급의 동료들이 형사사건에 연루됐는데도 지점장 자리를 지킨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A 조합은 형사사건에 연루돼 대기발령 대상까지 될 수 있는 이들의 지점장직을 보전해주거나 새로 지점장으로 임명했다"라며 "A 조합이 주장하는 순환근무의 제도적인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유독 B 씨에 대해서만 순환 근무를 명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전보 처분의 업무상 필요는 인정되지 않지만 B 씨는 이 처분으로 지점장으로서 갖는 권한과 보수를 박탈당하고 종전부터 앓고 있던 적응장애 증세가 악화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라며 "전보 처분에 따른 B 씨의 사회적·경제적·정신적 불이익의 정도가 상당히 무겁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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