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적격 쟁점…"수사지휘권 있다" vs "행정권자일 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권한쟁의심판 사건과 관련 공개변론을 하기 전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그러면 법무부 장관의 권한은 이 사건 입법 행위와 개정 법률에 의해 직접적으로 침해됐습니까, 간접적으로 침해됐습니까?" (김기영 헌법재판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검사의 수사·기소권을 침해했는지 다투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의 공개 변론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출석한 가운데, 한 장관의 당사자적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법무부 측은 개정안이 침해한 수사권이 장관에게도 부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 측은 장관에게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행정적 지휘권만 있다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법무부 장관과 현직 검사 등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변론에는 한 장관이 직접 출석했다.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도, 현직 장관이 직접 변론에 나서는 것도 처음이다.
이날 변론 쟁점은 법무부 장관의 당사자 적격성이었다. 법률이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법무부 장관이 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법무부는 국가 법무에 관한 행정 사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정의된다.
피청구인 국회 측 대리인은 "권한쟁의심판 판단을 위해서는 당사자 적격과 당사자에 대한 권한 침해 가능성이 필요한데 이 사건 법률로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다"라며 "이 사건 법률은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제한 혹은 조정하는 규정으로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거나 그럴 의도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청구인 한 장관 측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에 관한 최고 감독권자로서 당사자적격이 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검찰 사무를 관장하고 감독하는 권한은 일반적인 행정 권한"이라며 "법무부 장관에게 (이 사건 법률에서 제한하는) 수사권·소추권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매우 의심된다.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과 구체적인 관련성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과 관련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
김기영 재판관 역시 "검사의 권한 축소를 이유로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 침해된다고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 장관 측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를 단순히 관장하는 행정감독권만 보유한 게 아니라 법령에 따라 수사를 주관하고 수사권을 행사할 권한까지 갖고 있다"라며 "검찰청법 8조 등에서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으로(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라고 규정한다.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 조항을 근거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김 재판관은 거듭 물었다.
"그러면 법무부 장관의 권한은 이 사건 입법 행위와 개정 법률에 의해 직접적으로 침해됐습니까, 간접적으로 침해됐습니까?" (김 재판관)
"직·간접적으로 침해됐습니다." (청구인 측)
"무엇이 직접적이고, 또 간접적입니까?" (김 재판관)
"역사적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부여된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는 권한이 있지만, 피청구인의 주장은 명백히 법률 규정과 어긋나는 주장입니다.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이 분명히 있고, 실제로 행사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정부에서 장관이 여러 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는 됐지만 법적으로 적법합니다. 검사의 수사권 침해가 이뤄진다면 당연히 법무부 장관의 권한도 직·간접적으로 침해됩니다." (청구인 측)
김 재판관은 "법률상 '직접'과 '간접'은 중요한 말"이라며 "그 부분에 관해 연구하신 뒤 필요하시면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 모두변론 절차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직접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 입법은 잘못된 의도와 잘못된 절차를 통해 잘못된 내용으로 이뤄져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라며 "대선에서 패하고 정권 교체가 다가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갑자기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듣도보도 못한 반헌법적 행위를 통해 안건조정 절차를 조롱하고 무력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이번 심판을 통해 '이 정도는 앞으로 해도 된다'라고 허용하신다면 대한민국에서 이런 장면이 반복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는 안 된다고 멈출 수 있는 곳은 이제 헌재뿐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자인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라고 촉구했다.
앞서 검찰의 6대 수사 범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부패·경제 범죄 2개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형소법 개정안은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올해 5월 초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지난 10일부터 시행됐다. 법무부는 입법 과정과 법률 내용을 심층 검토한 결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탈당 논란 등 위헌성이 중대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6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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