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원전 2~3년 뒤 가동 중단' 보고하자 질책"
월성 1호기 원전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사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이 "평가 과정에서 원전 이용률을 낮춰 설정하도록 유도한 적 없다"라고 증언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월성 1호기 원전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이 "평가 과정에서 원전 예상 이용률이 낮게 반영되길 희망했지만 유도한 적은 없다"라고 증언했다. 다만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및 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사고 대응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월성 1호기 이용률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원전의 예상 이용률이 더 낮게 설정되도록 유도할 의도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A 씨는 "장관뿐만 아니라 저와 차관을 비롯해 실장, 사무관 등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라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월성 1호기 이용률과 직결된 문제라 회계법인에 이용률 부분의 정책 방향을 설명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책 방향이 경제성 평가에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만 (이용률을 낮추도록) 유도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A 씨와 부하 직원이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 관계자에게 "탈원전 정책이 기조", "우리가 원전 못 돌리게 하면 월성 1호기 이용률이 안 나온다" 등의 말을 한 적 있는지 추궁했다. A 씨는 "지금까지는 친원전 정책에 따라 100퍼센트 가동률로 원전을 운영해 왔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규제가 강화돼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 씨는 과장급 공무원 B 씨가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지 않고 2~3년 더 운영한 뒤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올렸다가 백 전 장관에게 질책받았다는 증언도 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내부 보고 시스템에 게시된 월성 1호기 관련 글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월성 원전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는데, 이 댓글을 확인한 청와대 행정관이 산업부 장관을 통해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겠다는 보고를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이 보고(2~3년 가동한 뒤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백 전 장관이 '너 죽을래, 이런 보고서를 청와대에 어떻게 보고하느냐'라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B 씨는 질책받은 뒤 즉시 가동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어 검토받고 승인받았다"라고 말했다. A 씨와 B 씨는 원전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같은 법원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백 전 장관은 2017년 11월 채 전 비서관 등과 공모해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원한다는 취지의 '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2018년 6월 한수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채 전 비서관 역시 한수원에 조기 폐쇄 의향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사장은 백 전 장관 지시를 받고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일부러 낮춰 한수원에 1400억여 원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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