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잰걸음', 김건희는 '소걸음'…이원석 처분에 주목
입력: 2022.09.19 00:00 / 수정: 2022.09.19 00:00

전방위 압수수색 vs 기소 여부 만지작 2년…이원석 "수사지휘권 회복해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아 수사 형평성 논란이 계속된다.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두 사람을 향한 사건에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추석연휴 전인 지난 8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한데 이어 나머지 사건을 놓고도 압수수색에 나서고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이 대표의 사건은 크게 세갈래로 나뉜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이 관련됐다고 의심되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앞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선거법 사건에 대해 이 대표를 무혐의 처분하면서 불기소결정서에 '쌍방울그룹이 변호사비를 대납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수사 여지를 남겨뒀다. 경기도청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에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청하면서 수사를 재개했다. 경찰이 송치한지 3일만인 16일 검찰은 두산건설과 성남시청, 성남FC 사무실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성남지청은 백현동 개발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전면 재수사 중이다. 이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도 수사에 착수하면서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 '도이치 주가조작' 김건희 서면조사도 아직…법적 증언에 '난감'

반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와있다. 2년 넘게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은 관련자들을 대부분 기소했지만 '전주'로 의심되는 김 여사 조사는 지지부진하다.

검찰은 김 여사 조사 여부를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으나 서면조사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만 남겨두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도이치모터스 재판에서 나온 내용이 다시 주목되면서 의혹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지난 4, 5월 열린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에서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일부 거래는 김 여사가 직접 주문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지난 4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공판에서 '주가조작 선수' 이모 씨는 증인석에 앉아 2010년 1월 권 전 회장을 통해 김 여사를 소개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씨는 김 여사 명의의 신한투자증권 계좌에 대한 주문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권 전 회장이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비전을 말하자 김 여사가 '그렇게 회사 좋아지면 회사 주식 사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며 "자기가 증권 계좌에 돈이 한 10억 원 정도 있는데 그걸로 주식을 사본다고 하면서 저한테 주문을 내달라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김 여사는 그 자리에서 증권사 담당자에게 전화해 '이씨가 주문을 내면 받아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어 5월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는 김 여사에 대해 증언했다. '공소장 범죄일람표2를 보면 2010년 1월12일 계좌 매수와 관련해 49회 정도를 고가매수, 허수매수 등으로 판단해 시세조종이라고 기소했다. 증인이 주문한 것이 아니라 김건희(여사)가 한 것인가'라고 권 전 회장의 변호인이 묻자 이씨는 "네"라고 대답했다.

변호인이 거듭 "1월12일 거래는 증인이 안 했죠"라고 묻자 이씨는 "안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시세조종으로 판단한 거래를 주문 권한을 위임받은 이 씨가 아닌 김 여사가 했다는 증언이다. 이씨는 다음날인 2010년 1월13일 거래는 자신이 한 것이 맞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0/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0/뉴시스

당시 윤석열 캠프가 공개한 신한증권투자 계좌 내역에 따르면, 김 여사 계좌로 처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날은 2010년 1월 12일이다. 당시 캠프는 "1월 12일부터 시작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내역 전체가 주가조작 선수 이씨가 주문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1월12일은 김 여사가 직접 했다는 법적 증언이 나오면서 해명은 꼬이게 됐다. 이같은 내용이 뉴스타파 보도로 다시 화제가 됐는데 대통령실은 "날조·허위 보도"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작전에 관여한 업체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김건희' 이름의 파일이 발견됐다는 뉴스타파의 보도도 나왔다. 무혐의 처분을 앞두던 검찰로선 곤란한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데 이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까지 친윤석열 인사들로 채워져 검찰의 중립성은 더욱 의심받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을 시험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의혹이 난무한 상태서 김 여사를 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분한다면 검찰의 중립성에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총장은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여사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배제됐다며 "국회에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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