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로지 자녀 위한 학부모 신뢰 저버려"
축구부 운영비 수억 원을 횡령하고 학부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종선(사진) 전 고교축구연맹 회장 측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축구부 운영비 수억 원을 횡령하고 학부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종선 전 고교축구연맹 회장 측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3부(김대현 송혜정 황의동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정 전 회장의 유사 강간과 업무상횡령, 청탁금지법 위반 등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오로지 자녀를 위한다는 생각과 자녀를 뒷바라지한다는 생각으로 어떻게서든 돈을 마련한 학부모의 신뢰를 저버렸다"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본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뒤집고, 반대로 무죄 판결이 선고된 업무상 횡령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축구부 후원회비는 용도가 특정된 돈으로 관리가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라며 "골키퍼 코치 레슨비와 대학 입학 성공 사례비, 간식비 등 각종 명목으로 부모를 상대로 걷은 돈 1억 원가량을 횡령한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학부모회가 동일인으로서 독자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혐의 역시 피해자 진술의 설득력 부족 등을 이유로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정 전 회장은 서울 언남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2015~2019년 학부모들로부터 축구부 운영비와 성과급 명목으로 모두 2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2016년 축구부 학생의 학부모를 두 차례 강제추행하고, 한 차례 유사 강간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정 전 회장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핵심 혐의인 강제추행과 유사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들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비교했을 때 피해 정도가 점점 확대되는 등 일관성이 없고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법정 진술조차 일관성이 없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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