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하면 처벌"…이예람 특검, 2차 가해 입증·윗선 수사 한계
입력: 2022.09.14 00:00 / 수정: 2022.09.14 00:00

유가족 "성폭력 피해자 죽음 몰아넣는 과정 규명해"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공군 내 성폭력과 2차가해로 숨진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유가족 측은 특검이 윗선의 수사무마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2차가해를 확인하고, 군대 내 악습을 경고했다고 평가했다.

특검팀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관계자 8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부실수사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전익수 실장을 비롯해 성폭력 가해자 장모 중사 등 7명을 불구속기소 하고, '전익수 녹취록'의 당사자인 변호사를 구속기소 했다.

특검은 전익수 실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을 수사 중인 군 검찰단 소속 검사에게 전화해 '구속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했다. 특검은 전 실장이 계급 및 지위에 따른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검은 전 실장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는 등 부실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무마 의혹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다. 전방위적인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사 유족은 특검이 부실수사의 전모를 밝혀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가족과 군인권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수사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 중사 사망 전후로 불구속 수사가 계속된 이유를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폐기하거나 기록을 삭제한데다 주요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실수사의 실체적 진실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죽음에 부실수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규명하기는 했으나 윗선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점은 유가족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은폐하면 처벌받는다" 특검의 경고

특검이 2차가해를 이 중사의 사망 원인으로 결론낸 점은 주목된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위법행위의 실체를 밝혀내고, 주요 인물들을 기소하면서 군대 내 잘못된 문화에 경각심을 준 것은 성과라는 평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 결과를 분석한 특검은 이 중사가 강제추행 직후 극단적 선택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2차가해를 경험하면서 좌절감과 무력감이 심해져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사건 발생 당시 공군본부 공보를 담당했던 장교 A씨와 이 중사의 직속상관인 20비행단 중대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이 중사 사건으로 공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던 지난해 6월 '이 중사가 강제추행이 아닌 부부 사이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허위 내용을 기자 3명에게 전달했다. 특검팀은 이 중사와 남편의 대화가 담긴 블랙박스와 상담일지, 관련자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부부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중대장은 이 중사가 전입하려는 다른 비행단 중대장에게 '별것도 아닌 것으로 고소를 남발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중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

직무유기 혐의도 일부 밝혀냈다. 특검은 이 중사와 가해자를 분리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비행단 대대장을 기소했다.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20비행단 군 검사 B씨에 대해선 직무유기와 성폭력범죄특례법상 비밀준수, 허위보고, 무단이탈 혐의 등을 적용했다. 특검팀은 B씨가 이 중사의 심리 상태와 2차 가해 정황을 알았는데도 수사를 방임하고, 휴가를 이유로 조사 일정을 지연시키는 등 직무유기를 했다고 봤다.

공군 내 성폭력과 2차가해로 숨진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겼다. /뉴시스
공군 내 성폭력과 2차가해로 숨진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겼다. /뉴시스

특검은 "은폐하면 처벌받는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수사에 의의를 뒀다. 안미영 특검은 "수사를 하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은 이 중사가 오랜 시간 고통스러운 피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중사는 '나 때문에 시끄러워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한다. 다들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걱정하는데 정말 잘못된 문화다"라며 "통계를 보면 병사보다 직업군인의 자살률이 높다고 한다. 병은 떠나면 사회에 갈 수 있지만 직업군인은 갈 곳이 없다. 이 중사도 이같은 상황에서 극단적 상황에 이르렀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결과를 보면) 조직적 개입은 아니더라도 '군대 내에서 다신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군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굉장히 큰 잘못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군사법원, 군검찰, 군사경찰로 꾸려진 군사법체계 내에 존재하는 공고한 카르텔과 이들 사이의 위법행위가 확인된 점, 이에 따라 전 실장이 기소되고 이 중사가 겪은 2차피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점은 주요 성과"라며 "군을 수사한 최초의 특검이다. 우리 군이 폐쇄적 병영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참담한 과정 전반을 규명한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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