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긴급조치 9호 피해자 국가배상 책임 인정"
입력: 2022.08.30 15:58 / 수정: 2022.08.30 15:58

기존 판례 변경해 원심 파기환송

유신시대 발령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대법원 제공
유신시대 발령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대법원 제공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유신시대 발령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실형을 산 피해자와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고 71명은 1975년 정치적 집회·시위 등을 사실상 금지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을 복역한 본인이나 그 가족이다. 이들은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한 긴급조치 9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국가가 112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긴급조치 9호 발령 자체나 이에 근거한 수사나 재판이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존 대법원도 4차례에 걸쳐 긴급조치 9호에 따른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깨고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긴급조치 9호는 대법원이 2013년 판결한 대로 위헌·무효가 명백하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로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이 '전체적'으로 봐 직무집행하는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행위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해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헌법이 보장한 영장주의를 전면 부정해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뤄진 체포·구금은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무집행이라고 못박았다. 이 사건처럼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국가작용에 따른 기본권 침해는 전체적으로 봐 객관적 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은 "긴급조치 9호의 발령·적용·집행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이 경우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특정돼 증명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국가배상책임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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