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냐 묘수냐…한동훈 '검수원복 시행령' 갑론을박
입력: 2022.08.28 00:00 / 수정: 2022.08.28 00:00

"법률 위임범위 벗어난 위헌" vs "시행령으로 보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한 법무부 시행령 입법예고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입법예고 당시 브리핑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모습. /뉴시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한 법무부 시행령 입법예고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입법예고 당시 브리핑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한 법무부 시행령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계와 야당에선 국회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법무부는 국민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우회 방식으로 검찰 수사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한해서만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내달 10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수사 범위가 축소되는데 법무부는 여기서 '등'과 '대통령령'을 적극 해석해 검찰의 수사를 폭넓게 인정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의 해석에 따르면 마약범죄나 조직폭력 범죄도 금전거래가 있다면 폭넓게 경제범죄로 해석해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공직자 범죄에 포함된 직권남용이나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범죄는 부패범죄로 간주했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외에도 중요범죄는 대통령령으로 폭넓게 인정한다. '사법질서 저해범죄'와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하도록 한 범죄'를 중요범죄로 규정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완전 복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상위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목적이 있고, 법 문헌이 있다. 문헌의 범위에서 또 입법 목적에 맞게 시행령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에 법무부의 시행령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인다'는 입법 목적에도 정면으로 반해 수사 범위를 오히려 늘렸기 때문에 위임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설령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입법이 문제가 있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존중해야 된다"며 "입법 취지는 4대 범죄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부패와 경제 두 가지를 남겨놓는 것이라는 건 분명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시민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행령은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대해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초과했고 중요범죄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사실상 검사가 수사하고 싶은 모든 수사를 자의적으로 선별해 수사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법무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년 반 확인된 부정부패 대응 약화와 수사지연 등의 피해를 법률이 정확히 위임한 범위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보완하는 것"이라며 "부패와 경제범죄를 원칙적으로 한정해 구체적으로 범죄를 특정한 것이다. 국회 입법 과정을 존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꼼수'라는 일각의 비판에 한 장관은 "진짜 꼼수라면 위장 탈당이나 회기 쪼개기 같은 것 아니겠나"라며 민주당의 입법 과정을 문제 삼았다.

법무부의 해석대로 범죄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는 다양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에서 입법을 추진할 때 '~등'과 '~중'에서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등'을 택했기 때문에 자초한 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동률 기자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동률 기자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초 6대 범죄를 나누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 공직자범죄와 부패범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돈이 연관된 경우는 경제범죄가 된다.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범죄를 나누는 것은 큰 제약을 두는 것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처음 입법이 추진될 때부터 두루뭉술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다들 예상했던 것이다. 법적으로 모순되는 것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교수는 "겹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법률에서 직접 정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법에서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률이 깔끔하지 못하니까 시행령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겹치는 부분을 정리하는 범위 정도다. 그걸 넘어서게 되면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행령이 시행될 경우 법원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도 있다. 검찰 수사를 받은 피의자나 피고인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수사 위법성 여부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상훈 교수는 "압수수색을 받았을 경우에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것 아닌가. 거기에서도 수사 문제를 주장할 수 있고, 기소됐을 때도 가능하다. 굉장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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