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정책 추진 긍정 평가…시행령·소통령·화법 논란 계속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8․15 특별사면 브리핑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 추진,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조치 등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지나치게 법무부를 검찰 이슈로 매몰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통령'이라는 꼬리표는 한 장관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한 장관은 지난 5월 17일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한 장관의 100일은 대부분 검찰 이슈에 집중됐지만, 법무행정 정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는 이민청 설립부터 교정직 처우 개선,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 등 여러 정책을 검토 중이다.
인혁당 사건이나 제주 4·3 사건에 대한 조치 등 진영을 벗어난 행보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인혁당 사건 피해자의 초과지급 국가배상금 이자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어 제주 4·3 사건 일반재판 수형인에도 직권재심 청구 확대를 지시하기도 했다.
◆ 검찰 이슈 선점…시행령 통치·친윤 위주 인사는 논란
한 장관의 100일은 검찰 이슈로 대표된다. 취임 직후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재출범시켰다. 이어 서울동부지검에는 보이스피싱합수단을 설치했으며 하반기에는 북부지검에 조세범죄합수단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검찰총장 승인 없이 형사부에서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도 추진했으며 공소장 공개 시기를 앞당기거나 검찰 티타임 제도도 부활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대한 대응은 한 장관이 가장 주력한 분야다. 법무부에 TF를 꾸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청구했다.
검찰이 계속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각종 범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적극 해석하는 시행령 제정은 논란을 불렀다. 상위법의 입법 취지를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겠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내부나 일부 지지층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있지만 일반 국민여론은 부정 평가가 우세하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법무부 시행령에 대해 적절하다는 응답은 33.9%였고,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55.7%(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4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내 편 챙기기' 검찰 인사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검찰총장 없이 단행한 세 차례의 대규모 인사에서 이른바 '친윤' 검사들을 대거 요직에 기용했는데 '의리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현직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많다"며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9명으로 늘려 검찰 간부들을 대거 좌천시키거나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다는 이유로 각 수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공인전문검사들을 인권보호관 등 비수사부서에 배치한 것에도 논란이 일었다. 검사들의 사표도 줄을 이었다.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제청해 검찰 중립성도 도마에 올랐다.
◆ '양날의 검' 된 소통령·화법·팬덤
한 장관에 대한 평가는 양극으로 갈린다. 시원시원한 모습으로 차기 보수진영 대권 주자로도 꼽히지만, 윤석열 정부 '2인자'로 비치면서 부정적 시선도 만만찮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권한까지 갖게 되면서 '소통령' '왕장관'이라는 꼬리표는 한 장관을 따라다닌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수식어는 한 장관에게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야당의 비판에 매번 반박하거나 계속된 '전 정권 언급' 등 입법부, 야당과의 첨예한 갈등을 스스로 더 키운다는 평가도 있다. 지지 않는 화법이나 화려한 패션 등으로 '팬덤'도 갖게 됐지만, 팬덤 문화가 늘 그렇듯 거부감도 뒤따른다.
김건희 여사 등 '살아있는 권력 수사'와 전 정부를 겨냥한 주요 사건 처리, 차기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 중립성 확보 등에 따라 한 장관의 평가는 달라질 전망이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