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일 만에 '친윤' 이원석…검찰 중립성 도마에
입력: 2022.08.21 00:00 / 수정: 2022.08.21 00:00

"대통령실-법무부-대검 尹 직할체제 완성"…장관에 종속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사단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명했다. /윤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사단'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명했다. /윤웅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104일 동안 고심을 거듭하는듯 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사단'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명했다. 대통령실부터 법무부, 검찰까지 친윤 직할 체제가 완성돼 검찰 중립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를 낙점했다. 김오수 전 총장이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발해 사퇴한 지 104일 만이다. 이 차장검사는 검찰 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다. '검찰공화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친윤 색채가 옅은 인물을 낙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자기 사람만 쓴다는 윤 대통령의 선택은 확고했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서울 중동고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 후보자는 '특수통'으로 평가받는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수사와 2011년 대검 중수부, 2017년 국정농단 특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시절엔 대검 기조부장으로 승진해 보좌 업무를 맡았다.

한동훈 장관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한 장관이 취임 바로 다음 날 단행한 인사에서 대검 차장검사에 기용돼 3개월 동안 총장 직무대리 역할을 해왔다. 한 장관은 대규모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 후보자의 의견을 들어왔다고 강조해왔는데 이 후보자를 낙점한 배경에는 '총장패싱' '식물총장' 비판을 잠재울 인물이라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을 필두로 최측근 한동훈 장관, 이원석 총장 후보자까지 '친윤 직할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0일 넘게 총장을 비워둔 상태에서 결국 이원석 카드를 선택한 배경을 두고도 한동훈 장관이 검찰을 장악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총장 직무대리를 낙점하면서 '식물총장'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장이 장관에 사실상 예속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한다.

검사 출신인 이윤제 명지대 법과대학 교수는 "한 장관이 검찰 인사를 한 뒤 검찰총장을 뒤늦게 임명하면서 검찰에 대한 한 장관의 장악력을 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장관 뜻이 반영된 검찰 인사를 한 뒤 총장을 뒤늦게 임명해 총장보다 장관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패싱' 논란이 생긴 인사 절차 당시 한 장관은 이 후보자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지만 제한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사단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일 당시 강남일 전 고검장, 한동훈 장관, 이원석 후보자(사진 왼쪽부터)와 걸어가는 모습. /더팩트 DB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사단'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일 당시 강남일 전 고검장, 한동훈 장관, 이원석 후보자(사진 왼쪽부터)와 걸어가는 모습. /더팩트 DB

검찰 간부 출신의 한 인사는 "그간 적임자를 찾지 못해서 인선이 오래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정부의 정치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총장을 하고 싶어야 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인물을 찾으려 하다 보니 늦어지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전부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로 채워졌는데 국민들은 검찰의 독립성에 의문을 가질 것이고, 수사의 중립성도 우려할 것"이라며 "총장 직무대리가 그간 장관 뜻에 어긋난 의견을 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총장이 돼서도 반대 의견을 전혀 안 낼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장관에 종속된 관계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경찰국장 밀정 자료가 어디서 나왔겠나. 원래 정권 초반에는 다들 조용히 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경찰이나 군대도 대통령으로서 권력 장악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믿을 구석이 이젠 검찰밖에 없어서 검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조건 자기 사람을 앉히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석 후보자는 지난 18일 지명 후 이같은 우려 지적을 놓고는 "검찰 중립성은 검찰의 국민에 대한 신뢰의 가장 밑바탕이고 뿌리"라며 "검찰 구성원 누구나 검찰 중립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행하도록 노력하겠다. 밖의 염려를 충분히 잘 알고 그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석 후보자는 연수원 27기로 검찰 지휘부가 지나치게 연소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은 24~26기 간부들이 아직 현직에 있는데 후배가 승진하면 물러나는 검찰 내부 문화상 이들이 사퇴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사퇴 움직임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총장이 되면서 다섯 기수를 뛰어넘다 보니까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젠 달라졌다. 변호사 시장도 포화라서 잘 안 되는데 나올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 현직 검사도 "인사가 난 지 얼마 안 돼 지금은 거의 안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