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추구권 침해" 주장했으나 기각
복무규정을 어기고 수업을 특강으로 대체하며 해외여행을 한 교수에 대한 감봉 1개월 징계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복무규정을 어기고 수업을 특강으로 대체하며 해외여행을 한 교수에 대한 감봉 1개월 징계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경기도의 한 대학교 교수 A·B 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 등은 교내 복무규정 및 해외여행 규정에서 정한 사전 허가·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0년 각각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A 씨의 경우 장기간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적시됐다. A 씨는 2012~2019년 학교에 신고하지 않고 모두 33회 해외여행을 갔으며, 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190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 기간 동안 수업을 다른 교수의 특강으로 대체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B 씨 역시 총장이 신청을 불허했음에도 여행을 강행하는 등 여섯 차례에 걸쳐 별도 신고 없이 해외여행을 갔으며, 여행 기간도 규정보다 348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A 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사적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갔기 때문에 교내 해외여행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설령 방학 기간 중 해외여행에 총장의 허가가 필요하더라도 이 같은 규정은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적법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교원들은 별도 휴가 없이 방학기간에 연구활동을 쉬고 있기 때문에, 방학기간 중 해외여행에 대해서도 절차를 밟도록 한 규정은 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은 관련 법령상 교내 해외여행 규정은 사적 여행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가공무원법 58조 1항은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사립학교법도 이 조항을 준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복무규정은 교직원이 총장 허가 없이 임지를 떠나도록 못한다고 규정하는데, 원고들 주장처럼 사적 목적의 해외여행에 대해 별다른 허가·승인 절차가 없다고 해석하는 건 상위 규정과 관련 법령에서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취지에 반한다"라고 설명했다.
방학기간 중 해외여행까지 제한하는 건 거주·이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건 규정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원고들의 자유와 행복추구권보다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학 중에도 교원의 복무 의무와 학문 연구라는 본연의 업무는 계속되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둔 것은 적절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교수 본연의 업무인 학문 연구는 물론 각종 학사행정 업무 및 학생지도 업무는 방학 중에도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해당 규정은 교원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같은 규정에서 수업과 직무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여행을 허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 교원 복무에 대한 감독 차원에서 이뤄지는 최소한의 절차에 불과하다"라고 판단했다.
A 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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