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이재용 불법 합병 재판, 1심 선고 기약없다
입력: 2022.08.19 00:00 / 수정: 2022.08.19 00:00

시세조종 혐의 입증 관건…유·불리 증언 모두 나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복권되면서 '국정농단 사태' 유죄 판결 확정에 따른 취업제한을 면제받게 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게는 계열사 불법 합병 사건 재판이 남았다. 약 2년째 진행 중인 1심 재판의 결론이 언제 나올지 종잡을 수 없고, 핵심 혐의인 시세조종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재판 결과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계열사 불법 합병 사건은 '국정농단 사태' 관련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던 2020년 9월 별도로 공소가 제기됐다. 이 사건의 혐의는 크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형법상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세 가지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를 고의적으로 조종해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웠다는 것이다.

적용된 혐의가 여러 개일 경우 대법원은 형량이 가장 높은 범죄의 형량 범위 상한의 절반, 두 번째로 높은 범죄의 형량 범위 상한의 3분의 1을 합산해 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각 혐의의 벌칙 조항을 살펴보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각각 벌칙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 거래 규모도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대법 양형기준상 형량 가중 요소도 안고 있다.

다만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혐의 특성상 검찰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공소사실은 부정거래 등 행위를 통해 계열사와 주주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논리로 구성돼 있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 혐의도 함께 벗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회계법인의 시장 평가는 그들의 고유 의사고 재량권이 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과 모의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확실히 입증돼야 범죄가 성립될 것"이라며 "시세조종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배임죄도 성립하기 어려워 외부감사법 위반만 남는데, 이 혐의만 인정된다면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이 큰 범죄가 아니라 실형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이덕인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이덕인 기자

판결에 앞서 선고 시기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 10월부터 진행된 1심 재판은 내년 1월까지 기일이 지정돼 있다. 휴정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주 목요일 재판이 열리고 있다. 3월부터는 회계부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삼정 회계법인 사건까지 병합되면서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도 재판을 열고 있다. 취업제한이 풀린 이 부회장이 일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예정대로 기일이 모두 열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부회장은 실제로 6월 유럽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바 있다.

아직 검찰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단계라 이 부회장 등 피고인 10여 명이 신청한 증인신문까지 모두 마치려면 1심 선고는 적어도 이번 해를 한참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창 진행 중인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는 이 부회장 측에 유·불리한 증언이 모두 나왔다. 공소사실의 대전제인 '이 부회장을 위한 승계 작업'에 부합하는 증언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른바 '프로젝트 G' 보고서 작성자는 "이 부회장 개인이 아닌 그룹을 위한 작업"이라며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지분이 매우 취약해 해외 주주의 공격 대상이 돼 제일모직과 합병했다"라고 증언했다. 삼성물산과 에버랜드)가 2014년 골프장 운영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대금의 80%를 삼성물산이 부담한 것을 놓고도 현직 삼성증권 이사는 법정에서 '삼성물산이 인수대금 비율과 같은 이익을 가져가서 물산에도 이익이었다'는 평가를 했다. 검찰은 골프장 업체 공동 인수는 제일모직의 전신 에버랜드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제일모직 고평가를 위해 압박을 가했다는 불리한 증언도 나왔다.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회계사는 1월 합병비율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이 상당히 높아 합병비율에 부합하는 가치를 도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삼성물산 측에 건넸다가 '이 보고서는 필요 없다. 못 맞출 거면 하지 마라'는 신경질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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