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권남용 계속 직접수사…뇌물죄 제한도 없앤다
입력: 2022.08.11 14:00 / 수정: 2022.08.11 14:00

법무부, '시행령'으로 직접수사 확대 추진…"입법 취지 훼손 아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법무부가 시행령 우회 방식으로 검찰의 수사범위를 넓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한해서만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내달 10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축소된다. 구체적으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규정하는데 법무부는 여기서 '등'과 '대통령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검찰의 수사를 폭넓게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부패범죄·경제범죄 범위에 속하는 공직자 범죄나 선거범죄는 부패·경제범죄로 해석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의 범죄가 여러 성격을 가져 2가지 이상 범죄 유형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은데 적극적으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해석해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직자 범죄에 포함된 직권남용이나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범죄는 부패범죄로 해석해 검찰이 수사하도록 했다. 선거범죄로 분류되는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의 범죄는 금권선거의 대표 유형으로 볼 수 있어 부패범죄로 본다는 식이다.

마약류 관련 범죄도 단순 소지나 투약을 제외한 유통 관련 범죄는 경제범죄로 규정한다. 법무부는 마약 유통의 경우 불법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형적 경제범죄라면서 수사권 조정 이후 마약범죄 단속 인원도 감소해 국가적 대응 역량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조폭 범죄도 경제범죄로 해석한다. 법무부는 날이 갈수록 범죄조직이 지능화·전문화 ·기업화된다며 폭력 조직, 기업형 조폭, 보이스피싱 등 조직범죄도 검찰 등 수사기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통한 근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재개발 비리나 금융다단계, 주가조작 등 경제 영역에서 이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대규모 범죄수익을 취하는 등 신종 조직범죄가 성행하고 있어 검찰의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외에도 중요범죄는 대통령령으로 폭넓게 인정한다. '사법질서 저해범죄'와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하도록 한 범죄'를 중요범죄로 규정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무고나 위증죄와 같은 범죄는 국가사법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로 규정해 '사법질서 저해범죄'로 포함했다. 법무부는 입법 취지를 넘어서는 자의적 해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가기관이 검사(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는 범죄는 중요범죄에 포함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확대한다.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직접 관련성이 있으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규정을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상 범인, 범죄사실, 증거가 공통되는 경우 검찰의 수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중요범죄 중 신분, 금액 제한을 둔 것도 폐지했다. 뇌물죄의 경우 '4급 이상 공무원' 등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자로 한정하고,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경우는 '수수금액 5000만원 이상'으로 두는 등 제한을 두고 있다.

법무부는 범죄 유형이 아닌 신분이나 금액 등으로 수사 개시 범위를 이중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현행 규칙은 폐지하고, 대통령령인 시행령에서 일원적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이같은 시행령 개정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법무부는 "‘중요 범죄’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제한한 입법 과정을 감안해 기존 법률 개념 등을 바탕으로 ‘부패·경제범죄’ 범위를 필요한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한정해 특정했다"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도 최소한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오는 12일부터 29일까지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한 장관은 "개정 검찰청법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범죄 대응 공백이나 국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 보완과 법 시행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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