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주겠다"며 1000만 원 요구
교도소에 면회를 온 지인에게 회사에 빌려준 사채 가운데 17억 원을 주겠다고 속여 수천만 원을 편취한 40대 남성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이덕인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교도소에 면회를 온 지인에게 회사에 빌려준 사채 가운데 17억 원을 주겠다고 속여 수천만 원을 편취한 40대 남성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출고일)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 씨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5월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피해자 B 씨와 화상 접견을 하던 중 "내가 한 회사에 사채를 빌려줬다. 그 회사 대표이사의 비서를 나 대신 만나 120억 원을 받아 주면 그중 17억 원을 주겠다"며 제3자 명의 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발채무(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 채무가 되는 것) 이행보증보험에 들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A 씨는 면회를 온 피해자에게 "내 이름으로 송금된 돈이 아니라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1000만 원을 우편환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는 A 씨의 요구대로 두 차례 1000만 원을 건넸지만 A 씨는 회사에 사채를 빌려준 적 없고 17억 원을 줄 수도 없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 측은 "피해자가 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A 씨를) 도와준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A 씨는 애초 약식 기소돼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부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정식 형사재판 없이 약식명령 방식으로 벌금형 등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하지만 정식 재판에서 형은 더 무거워졌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데다 접견 녹취서 내용에 부합한다며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신뢰를 철저하게 이용해 재범했다"며 "수사과정과 재판 과정에서도 공소사실에 대한 단순한 부정을 넘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일부 합의하고, 피해가 대부분 복구됐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처벌 전력과 범행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약식명령에서 정한 형은 가벼워 형을 다시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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