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국정원-국방부-해경 등 광범위…전직 국정원장 윗선은?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와 고인의 배우자 권영미 씨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고발인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윤웅 기자 |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 국방부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를 통째 정조준한 서해 공무원 피살·탈북 어민 북송 사건 수사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13일 강제수사의 포문을 연 국정원 압수수색까지 흐름을 보면 속도감이 상당하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22일 서해에서 북한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월북 조작'의 핵심으로 지목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정원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곧바로 당일 공공수사1부에 배당됐다. 하루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탈북어민 북송 사건 진상규명 의지를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유족은 지난달 28일에는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과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A씨, 윤성현 남해지방경찰청장, 김태균 울산해양경찰서장을 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 때문에 예열기를 가진 검찰 수사는 지난 4일 '공안통'인 이희동 부장검사(공공수사1부), 이준범 부장검사(3부)가 부임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불은 국정원이 당겼다. 6일 박지원 전 원장, 서훈 전 원장 등 두 전직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사건 관련 첩보보고서를 삭제하거나 북송 사건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결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국정원에는 검찰 출신인 조상준 기획조정실장과 최혁 감찰심의관이 포진해 있다. 사건은 이튿날 신속하게 공공수사 1,3부로 배당됐다.
이틀 뒤 유족 측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도 고발했다. 박지원 전 원장을 구속수사해달라는 요청서도 제출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청와대-국정원-국방부-해경으로 이어지는 폭넓은 수사 범위가 설정됐다.
12일 통일부가 이례적으로 북송 탈북어민의 판문점 인계과정을 담은 기록사진 10장을 언론에 공개하자 13일 대통령실은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의지를 재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서울 서초구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의 고발부터 따지면 일주일 만에 영장이 집행됐다. 2019년 '조국 사태'와 비교하면 당시 8월19일 자유한국당의 고발 이후 8일 만인 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집행됐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정원의 개인과 단체의 사찰 종식을 선언하고 과거 불법 사찰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
앞으로 이 수사가 어느 선까지 올라갈지가 관심사다. 전임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의 '윗선'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 밖에 없다. 피격 당일 '청와대 6시간' 의혹이 제기돼있기도 하다.
이대준 씨 유족은 지난해부터 정권교체가 되면 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할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13일까지 국회가 사건 관련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의결하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도 예고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 속도나 범위 등을 볼 때 대통령을 꼭지점으로 한 가설을 충분히 그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번 사건이 여러 권력기관과 부처에 걸쳐있어 압수수색·압수물 분석이나 관계자 소환 조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서훈 등 두 전직 국정원장의 '양대 산맥'도 넘어야 해 그 윗선 수사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박지원 전 원장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저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한 뒤 2년간 어떤 인사 지시도, 업무 지시도 없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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