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이 갈 길 간다' vs '수사동력에 악영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곧 본격화될 검찰의 문재인 정부 수사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강도높은 수사로 지지율까지 반전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초기부터 수사 동력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엇갈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전방위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윗선을 향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원전 평가성 조작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부처로 번질 기미를 보이는 여성가족부 대선공약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도 '화약고'다. 수사 지휘 라인에는 대부분 '윤석열 라인' 검사들을 배치했다.
여기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문재인 정부 국가정보원장 사건이 또 하나의 수사 축으로 떠올랐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하루 만에 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3부에 배당하면서 수사에 신속히 착수하는 모양새다. 이미 서해 공무원 유족의 고발로 중앙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국정원의 고발로 판이 커진 것이다.
수사가 본궤도에 이르기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두 달 만에 '데드크로스'에 이어 30%대를 맞이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이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7%로 나타났다. 한 달 만에 긍정 평가가 16%나 줄어든 것이다. 부정 평가는 49%로 7% 전주 대비 7% 상승했다. 인사 참사와 나토 순방 민간인 대동, 친인척 대통령실 채용 의혹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은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 두달 만에 30%대 지지율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전 정부에 대한 전방위 사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지지율 반등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더팩트 DB |
이같은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세와 검찰 수사의 함수관계를 놓고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검찰 수사는 지지율과 무관하게 갈길을 갈 수 있다. 한 전직 고위공무원은 "공무원들이 지지율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본다. (정부 지지율이) 30%대가 되면 하부 조직은 서서히 말을 안 듣는다"면서도 "(검찰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를 보면 지지율은 전 정권 수사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았다. 2008년 취임한 이 전 대통령은 50%대 지지율을 기록하다 '광우병 촛불시위'로 20%대로 추락했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참여정부에 대한 수사는 고강도로 진행됐다. 오히려 지지율이 일부 회복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강성 지지층이 많기 때문에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선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윤석열 라인'의 스타일상 수사방향을 잡고 달리면 여론을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로 정부가 지지율 반등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실제 전 정부의 치부가 드러난다면 여론이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대적인 검찰 수사로) 현 정부 지지층에서 반향을 얻어 지지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집권 이후에 지지율이 저조했지만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배경에는 전 정권에 대한 반감도 있어서 지지층이 단호한 수사에 결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청사에서 열린 제63대 검사장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2.05.23./뉴시스 |
다만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경제위기 등 구조적 원인으로 회복이 쉽지않아 검찰 수사 동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생을 못 챙기고 수사만 집중한다면 지지율은 더 내려갈 것"이라며 "수사 자체에 동력도 빠진다.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10년 넘게 이어져 왔는데 국민들도 지겹지 않겠나. 2000원 넘는 기름값에, 금리 위기인데 전 정부 수사한다고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통쾌해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와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 역시 다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 표 차가 압도적이었고, 대선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을 얻어냈다. 반면 윤 대통령은 0.73%차의 승리에, 2년간 170석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촛불시위라는 요인이 있었다면 현재는 인사, 김건희 여사 문제, 고물가를 비롯한 경제위기 등 복합적 원인이 혼재됐다는 게 중론이다.
'기획사정', '정치보복' 논란이 반감을 일으킬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51.9%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국정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공무원 피격사건 등 이전 정부에 대한 의혹 제기 및 보복 수사 논란 때문'이라는 응답이 15.4%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윤 대통령의 밀착관계, 검찰 출신 인사 중용 등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면접여론조사까지 30%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진행되는 검찰 수사가 대부분) 정치와 연동된 사건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수사 동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정부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는데 검찰이 가열차게 수사를 이어갈 수 있을까"라며 "경제 등 내외부 문제를 전 정권에 대한 사정정국으로 덮는다는 인상을 주면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겠나"고 말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