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유리한 증언을 해온 동양대 교수의 딸이 2012년 동양대 인문학 프로그램에 조 전 장관의 아들을 직접 봤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8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정 전 교수의 동료 교수 A 씨의 딸 B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B 씨는 2012년 아버지의 추천으로 동양대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첫 수업시간에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씨를 처음 만났다고 증언했다. B 씨는 "첫 수업시간에 정 전 교수가 아들을 소개하며 학교와 영어 실력 등을 함께 설명했다"며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하얀 피부라 외적으로 인상에 남았다. 얇은 재질의 회식 패딩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또 B 씨는 "두 번째 수업에 참석한 남학생이 '형'이라고 조 군을 부르며 인사했고, (프로그램) 3주 차 때는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함께 한 거로 기억한다. 4주 차부터는 안 왔던 것 같다"며 조 군이 수업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프로그램 과정에서 조 군이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어머니 정 전 교수가 누나와 비교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는 구체적인 상황도 설명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당시 고교생이던 아들이 동양대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허위 증명서를 만들어 입시에 이용했다고 보고기소했다. 조씨의 프로그램 참여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검찰은 B 씨 부녀의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B 씨의 아버지 A 교수는 조 전 장관 부부 측에 유리한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B 씨가 이 같은 아버지의 입장에 맞춰 증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B 씨가 즉답을 하지 못하면 "그 답변은 준비가 안 됐느냐"라고 말하거나, 질문에 앞서 "준비한 답변 말고 기억을 말하라"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B 씨는 2012년 1월 14일 자로 다이어리에 'OO(조 군) 오빠는 한 달에 책 10권 이상을 읽는다고 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2012년 1월 14일은 인문학 프로그램 첫 수업이 있던 날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첫 수업이 끝난 뒤 B 씨 부녀가 정 전 교수의 집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나온 이야기라며 조 군이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물증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B 씨의 다이어리를 놓고 "왜 이 다이어리를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에게 줬느냐"라고 물었다. B 씨는 "조 군과 식사한 기억이 명확한데 날짜가 기억이 안 나던 중 그 당시 다이어리를 발견해 아버지께 전달했다. 이후 아버지가 변호인 측에 전달한 듯하다"라고 답했다.

또 B 씨는 이날 인문학 프로그램 수업 첫 날을 비롯해 모두 두 차례 조 군과 식사했다고 증언했다. 식사 인원은 수업 첫날에는 6명, 또 다른 날에는 4명이었다고 한다. 다이어리에는 수업 첫날에 식사한 내용만 기재됐다. 검찰은 "4명이서 식사한 내용은 다이어리 어디에 있느냐"라고 추궁했다. 이에 B 씨는 "모든 일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인상적이고 비일상적인 일만 적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변호인이 "청소년 시절 일기장에 어떤 내용을 왜 쓰지 않았냐고 묻는 태도는 지나치다"라고 항의하면서 검찰 측 신문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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