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 문자로 온 이규원 보고서…'이성윤 수사 외압' 엇갈린 기억
입력: 2022.07.08 22:31 / 수정: 2022.07.08 22:31

전 대검 연구관 주장…안양지청과 반대 증언 또 나와

김학의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 참석한 모습. /남용희 기자
'김학의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 참석한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못 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의 비위보고서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안양지청 검사가 보고서를 이성윤 위원이 책임자였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했는데 답변을 질질 끌어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보고서를 받은 대검 검찰연구관이 법정에 섰다. 안양지청 검사의 주장과는 달리 보고서를 밤늦게 회식 중 전달받았고 급한 일은 아니라고 해서 늦었을 뿐이라고 상반된 증언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8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사건 당시 대검 연구관으로 근무한 최모 검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최 검사는 2019년 6월 18일 윤모 당시 안양지청 주임 검사에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 검사의 비위 보고서를 받은 인물이다.

윤 검사는 지난해 12월 증인으로 나와 "2019년 6월 19일 오후에 이프로스(검찰 내부망) 쪽지로 최 검사에게 보고서를 보냈는데 업무시간이 끝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다. 최 검사에게 여러 차례 보고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그렇게 늦은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윤 검사는 회신이 오지 않아 보고서를 사진으로 찍어 최 검사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기까지 했는데, 장준희 당시 안양지청 부장검사가 3일 뒤 '대검에서 수사하지 말라더라'며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증언했다.

최 검사의 늦은 회신은 이 연구위원의 수사 외압의 일환이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실제로 그 무렵 보고체계는 최 검사가 김형근 당시 대검 수사지휘과 과장에게 일선청의 보고서를 일괄 보고하면, 김 전 과장이 일부 보고서를 추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연구위원에게 올리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 검사의 기억은 달랐다. 최 검사는 "대검 타과 과장과 회식을 하고 있는데 밤 9시경 윤 검사에게서 보고서 검토 가능하냐는 전화가 왔다. 회식이라 확인이 힘들어 당장 보고해야 하는 급한 사안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며 "그래서 내일 보고하기로 했는데 (비위 보고서를) 사진 찍어서 보내더라. 지금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배려가 좀 부족한 것 아닌가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장 기각·발부 사유는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지만 보고서 전체를 찍어서 문자로 보내주는 경우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 측 변호인은 "윤 검사는 2019년 6월 19일 오후 5시 30분 이프로스 쪽지로 보고서를 보냈다고 주장하는데, 포렌식 결과 보고서가 최종 저장된 시간이 오후 5시 35분이고 증인(최 검사)에게 메신저로 보낸 시간은 증인 기억대로 밤 8시 58분으로 9시경"이라며 "포렌식 결과와 윤 검사가 말하는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검사는 "객관적으로 확인하시면 될 일"이라고 했다.

최 검사는 다음날 오전 7시 30~50분 사이 윤 검사의 보고서를 김 전 과장에게 보고했다. 이후 김 전 과장은 '안양지청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으니 우리는 신경쓰지 말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못 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사진)의 비위보고서다./더팩트 DB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못 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사진)의 비위보고서다./더팩트 DB

대검과 안양지청의 기억이 엇갈리는 건 상급자들도 마찬가지다. 5월 27일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과장은 이 보고서와 관련해 "(현직 검사의) 비위 발생 보고는 기본적으로 수사지휘과가 아니라 감찰 부서로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수사지휘과로 보내셔서 일선청에서 판단하시라고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말씀을 드렸다"라고 증언했다.

반면 이 전 지청장은 김 전 과장에게서 '이 보고는 안 받은 걸로 하겠다',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달라. 지청장이 그런 걸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 등의 말을 들었다며 "더 이상 수사하지 말고 덮으라는 취지가 아니었나 한다"라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이 전 지청장의 앞선 증언을 들은 김 전 과장은 "(이 전 지청장과 통화할) 당시 사담도 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다. 비위 발생 보고는 감찰부서에 보내야 하니 일선청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시라고 말씀드렸다"며 "굉장히 오랫동안 통화했는데 '상황 잘 알지 않느냐', '이 부분은 안 받은 걸로 해달라'는 두 마디에 대해서만 (이 전 지청장이) 진술하신 게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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