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수탁자가 토지를 임의로 처분했다면 횡령죄는 아니지만 민사상 배상책임은 져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명의수탁자가 토지를 임의로 처분했다면 횡령죄는 아니지만 민사상 배상책임은 져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명의신탁자)가 B씨(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땅을 사들이면서 등기 명의는 B씨로 하기로 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B씨는 A씨 동의없이 다른 사람과 토지 매매계약을 맺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4억2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B씨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6년 5월 19일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형법상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례에 따라 민사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B씨의 행위는 A씨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사회통념상 사회질서나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횡령죄 성립과 무관하게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는 설명이다.
형사상 범죄가 되지않는 행위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인지는 별개 관점에서 검토해야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6년 대법원 전합 판결 이후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며 "이 판결은 명의수탁자의 임의 처분행위가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민법 750조에 따라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논란을 명확히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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