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가스라이팅 편 2심도 방송금지…"심리적 부검 필요"
입력: 2022.06.22 05:00 / 수정: 2022.06.22 05:00

"허위 가능성 있어 인격권 침해 우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배우자의 가스라이팅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아 방영하려 했으나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SBS 홈페이지 캡처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배우자의 가스라이팅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아 방영하려 했으나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SBS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배우자의 가스라이팅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아 방영하려 했으나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고인이 배우자의 가스라이팅으로 사망했다는 방송 내용이 진실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고인의 극단적 선택 원인을 '심리적 부검'을 통해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25-2민사부(김문석·이상주·박형남 부장판사)는 채권자 A 씨가 SBS와 '그것이 알고싶다' 피디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채권자의 신청을 인용한 원심 결정을 유지했다.

A 씨의 배우자 B 씨는 해외여행 중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B 씨가 A 씨의 가스라이팅으로 사망했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아 취재를 거쳐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었다.

이에 A 씨 측은 "채무자들(SBS, 그것이 알고싶다 피디)이 주장하는 내용은 허위이거나 과장·왜곡된 것일 뿐만 아니라 채권자 A 씨의 사생활의 비밀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방영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채권자는 범죄 혐의가 없는 일반인이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송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해당 방송을 하는 행위가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51민사부(황정수 부장판사)는 A 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방송의 궁극적 목적은 채무자들의 주장과 같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스라이팅이 개인 사이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강조함으로써 피해방지 제도 도입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채권자가 고인에게 가스라이팅을 했다는 (해당 방송의) 전제된 판단은 주로 고인의 친척이나 친구들에 제공한 자료들에 근거한 것이고 이에 대해 채권자에게 충분한 반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가스라이팅 사실이 진실로 밝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가평 계곡 살인사건'에 관한 내용을 방송하면서 B 씨의 사망을 사례로 넣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설령 채권자의 가스라이팅이 진실이라도 고인의 극단적 선택 원인이 채권자의 가스라이팅 때문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고인의 사망이 해당 방송의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사례인지 분명하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SBS 등은 "1심 결정으로 고인과 사망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등 사정변경이 생겨도 방송을 할 수 없게 돼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받고 있다"며 항고했으나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채권자의 가스라이팅으로 고인이 사망했다는 내용이 허위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방송이 방영된다면 채권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고인의 극단적 선택 원인을 더 신중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심리적 부검을 제언했다. 심리적 부검이란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이 고인의 가족을 비롯한 지인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하고 고인의 개인적 기록과 병원 진료 기록을 수집·분석해 고인의 극단적 선택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검사 방법이다. 국내 법원에서도 2013년 심리적 부검을 최초로 실시해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바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방송의 근거로 고인이 생전 지인과 나눈 메시지와 지인들에 대한 인터뷰, 심리학과 교수와 프로파일러의 인터뷰 등을 제시했는데 더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판시다. 2심 재판부는 "고인의 메시지와 지인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봐도 고인이 채권자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도출되지 않고, 심리학과 교수 등의 인터뷰 역시 채무자들이 제시한 단편적인 자료만 보고 의견을 제시한 내용으로 보인다"며 "채권자의 가스라이팅으로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는 내용은 그 자체로 채권자의 명예 등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점에 비춰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더 신중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고인의 극단적 선택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심리적 부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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