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자산관리인 "조국, 증거은닉 몰랐다"…검찰 진술 번복
입력: 2022.06.18 00:00 / 수정: 2022.06.18 09:31

"52시간 검찰 조사 받아…당시 답변 부끄러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경심 전 교수의 증거은닉 사실을 몰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지시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의 주장이다. 김 씨의 수사기관 진술은 조 전 장관을 공범으로 기소하는 근거가 됐는데, 검찰의 추궁으로 어쩔 수 없이 답변한 것이라고 번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정곤·장용범 부장판사)는 17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정 전 교수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정 전 교수의 자산관리인으로 일한 김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 씨는 2019년 8월 조 전 장관 부부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정 전 교수의 사무실 컴퓨터를 반출해 숨긴 혐의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김 씨는 이날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은 자택에서 하드디스크가 반출된 사실 등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모순되게도 검찰은 김 씨의 진술을 근거로 삼아 조 전 장관을 증거은닉교사 범행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2019년 9월 검찰 조사에서 '정 전 교수가 제가 하고 있는 일(하드디스크 등 반출)을 중계하는 느낌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라고 진술했는데, 이 통화 상대방이 조 전 장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이날 공판에서 통화 상대방을 조 전 장관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 전 교수가) 정확히 무슨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인지하지 못한다"며 "조 전 장관과 하드디스크 등 반출에 대해 대화한 적 없고, 조 전 장관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기억도 없다"라고 증언했다.

검찰이 파악한 바로는 사건이 발생한 시각 정 전 교수가 통화한 상대는 배우자 조 전 장관과 당시 변호인이었던 이인걸 변호사, 동양대 간부 A 씨였다. 이 변호사 측은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남은 후보군 가운데 동양대 간부 A 씨의 경우 정 전 교수가 '중계하듯' 편하게 대화할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이 통화 상대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김 씨는 "책을 쓰면서 진술조서를 다시 보니 구체적인 상황을 특정하게 됐다"며 "정 전 교수는 아는 사람과 편하게 통화하고 있었고, '학교에서 국회의원에게 왜 이리 자료를 많이 주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게 사실이다"라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보다 동양대 관계자와 통화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취지다.

김 씨는 검찰에서 '조 전 장관이 귀가하고 나서도 하드디스크가 있는 서재에 일부러 들어오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드디스크 반출 사실을 알고 있어서 자리를 피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 씨는 "조 전 장관은 제가 (서재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몰랐다는 게 제 대답의 취지였는데 그 내용을 조서에 넣을 수 없었다"며 "제가 조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서재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냐는 (검찰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라 결국 조 전 장관이 서재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 씨는 2019년 8월 31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 정 전 교수와 동양대 사무실을 방문해 컴퓨터를 반출했다. 사건 당일 오후 11시 29분경 조 전 장관이 정 전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됐는데, 이에 대해 김 씨는 검찰에서 '정 전 교수가 동양대에 내려간 이유를 아는지 따로 묻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배우자가 늦은 밤 서울 자택에서 동양대가 있는 경북 영주까지 내려갔다면 이유를 물을 만도 한데, 컴퓨터 반출 등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서도 김 씨는 이날 공판에서 "부끄러운 답변이다. 추측해서 말하려다 보니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압박감을 느껴서 이렇게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이신데 제가 증인을 조사하면서 강압적으로 압박한 사실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김 씨는 "제가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부당함이 있어서 감찰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편 김 씨는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52시간에 달하는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진술조서 내용에 비해 조사 시간이 길다는 변호인의 의문에 "정 전 교수를 알지 못하던 시절에 관한 질문도 많았고, 제가 추측해서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연속돼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다"며 "예컨대 2015년 어느 일요일 아침에 제가 정 전 교수 가족들과 브런치를 먹은 적 있는데, 그날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는지 기억을 떠올려 진술하라고 했다"라고 기억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그렇게 피의자가 된다(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의 이야기'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는 "검찰은 PC 은닉한 나부랭이한테는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오로지 나한테서 조국, 정경심 교수의 꼬투리를 잡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할 뿐이었다"는 구절이 있다. 김 씨는 이 구절을 쓴 배경에 대해 "저는 검찰 조사 2회차에 혐의를 다 인정했다. 보통 증거은닉 혐의 피의자가 어느 정도 조사받는지 알 수 없지만 이후에도 참고인 신분으로 많은 조사가 이뤄졌고 제 이야기보다 조 전 장관 부부 이야기를 많이 물었다"라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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