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화장실 사진, 양현석 유죄 물증?…'팸플릿' 진실공방
입력: 2022.06.14 00:00 / 수정: 2022.06.14 07:46

공익신고자 "협박 증거"…변호인은 "게시연도 달라" 진위 의심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한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6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한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6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아이돌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공판에서 공익신고자가 촬영한 화장실 사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익신고자는 YG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협박당한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촬영한 사진이라고 주장했지만, 양 전 대표 측은 화장실 구조와 게시된 팸플릿 등을 바탕으로 진위를 의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보복협박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표 등 2명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공판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공익신고자 A 씨는 2016년 8월 YG 사옥에서 양 전 대표에게 협박을 당했고, 이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사옥 내 화장실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증언했다. 양 전 대표 측은 사진 속 화장실 구조와 게시된 팸플릿 내용을 들어 사진의 진위를 의심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언급된 A 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A 씨는 2016년 8월 YG 사옥 7층 대표 사무실에서 양 전 대표에게 휴대전화까지 빼앗긴 채 협박당했다. 약 2시간 동안 협박당한 A 씨는 '어머니에게 전화하겠다'며 휴대전화를 돌려받아 3~4층에 위치한 화장실에 들어갔다. 이때 양 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YG 자회사 직원도 동행했다. A 씨는 사옥에서 협박당한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화장실 칸 안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바로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사진이다. 사진에는 밝은 인사를 권장하는 캠페인성 팸플릿이 찍혀 있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이새롬 기자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이새롬 기자

양 전 대표 측 변호인은 7층 대표 사무실 안에 파우더룸까지 갖춘 개인 화장실이 있는데 굳이 3~4층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한 점에 의문을 보였다. A 씨의 주장대로 양 전 대표가 진술 번복을 위한 협박과 회유를 했다면, 협박 대상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고 다른 층 화장실을 쓰게 했겠냐는 의심이다. A 씨는 "(개인 사무실 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도 몰랐다. 양 전 대표로서는 자기만의 공간이라 생각해 저를 4층 화장실로 보냈을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설명했다.

팸플릿 내용도 공방 대상이었다. 변호인이 YG 엔터테인먼트와 팸플릿 제작 업체 등에 확인한 결과 YG는 2014~2017년 밝은 인사와 미소, 스트레칭 등을 권장하는 사내 캠페인을 진행해 팸플릿을 모두 일곱 차례 만들었다. 제작된 팸플릿은 설치된 아크릴판에 끼우는 형태로 게시돼 탈부착이 쉬웠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2016년 8월 하순이다. 하지만 A 씨의 사진 속 팸플릿은 2014년 8~10월 버전이라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이다.

변호인의 주장에 A 씨는 "저 사진이 조작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거냐"며 "YG 사옥에서 양 전 대표에게 협박을 당하고, 그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라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수사기관에서 같은 취지의 질문을 받고 사진의 진위를 확인한 적 있냐는 질문에는 "아무리 포렌식을 해도 조작된 건 하나도 없었다. 조서를 확인해보시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변호인은 "조서에 (사진 진위를 확인한 내용이) 없다"라고 했다. 이에 A 씨는 "그럼 없는 것"이라며 모호한 답을 내놨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이새롬 기자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이새롬 기자

화장실 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변호인은 "4층 화장실에 방문해보니 팸플릿이 게시된 방향이 증인의 사진과 다르다"며 직접 찍은 4층 화장실 사진을 공개했다. A 씨는 화장실 칸 후면에 게시된 팸플릿을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변호인은 해당 장소를 방문한 결과 팸플릿은 양변기 측면에 게시돼 있어, 화장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야 촬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3층은 아티스트 작업 공간이라 지문 인식 시스템에 등록된 임직원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며 "3층 화장실에 갔을 리는 없는데 4층 화장실에 간 게 맞느냐"라고 물었다. A 씨 역시 "제가 간 화장실은 저렇게 크지 않았다. 좁은 화장실 칸이 5~6개 되는 일반적인 여자화장실"이라며 의아해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직후의 상황임에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4층 화장실 구조와 내부 상황에 관한 사진 및 영상을 확보해 제출해달라"라고 변호인에 요청했다.

양 전 대표 등은 2016년 소속 연예인 비아이의 마약 구매를 경찰에 진술한 A 씨가 진술을 바꾸도록 협박·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경찰은 비아이의 마약 투약 혐의와 양 전 대표의 협박 등 혐의에 대해 각각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6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양 전 대표 측은 A 씨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협박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아이는 지난해 9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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