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나"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성인에게도 종중의 종원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더팩트 DB |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법원 허가를 받아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성인에게도 종중의 종원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모 씨가 용인 이씨 종중을 상대로 낸 종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아버지의 성과 본으로 출생신고 했으나 이후 어머니의 성·본인 용인 이씨로 성을 바꿨다. 그러나 종중은 이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이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이씨는 종중 종원 자격이 있다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성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관습을 더이상 인정하지 않았다.
2005년 개정된 민법은 호주제를 폐지했다. 이와 함께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지를 따르되 부모 협의로 어머니를 따를 수 있고, 법원의 허가가 있으면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헌법재판소도 같은해 아버지의 성 강요는 인격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른 자녀가 어머니의 종중 구성원이 되는 일은 자연스러워졌고 법원의 허가로 성을 변경한 사람만 종원 자격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
출생 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꾼 사람은 아버지의 종중에서 탈퇴하게 된다. 만약 어머니의 종중에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느 종중에도 속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종중 구성원 자격을 원천 박탈한다면 헌법상 평등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종중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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