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 검찰에 항소…"2심서 법관의 엄밀한 판단 희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대 교수 A 씨가 기소 2년여 만에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자는 "누군가 자고 있는 사이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느냐"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2019년 7월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및 A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제자 성추행 사건이 국민참여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되자 피해자가 "자고있는 여성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이 지압인가"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 B 씨 측은 9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항소심에서는 법관들의 엄밀한 판단으로 1심과는 다른 판결이 이뤄지길 간절히 희망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 서울대 서문과 교수 A 씨는 2015~2017년 해외 학회에 동행한 제자 B 씨의 정수리를 쓰다듬거나, 다리를 만지고 강제로 팔짱을 끼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강제추행 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았다.
B 씨는 2019년 A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대자보를 작성해 피해 사실을 알렸고 서울대는 교원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 같은 해 8월 A 전 교수를 해임 처분했다. 이듬해에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 넘겨진 A 전 교수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일이 미뤄지다 약 2년 만인 7~8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렸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심원 평결도 전원 무죄였다.
B 씨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선호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본 사건 역시 원칙적으로 합의부 사건이 아니라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되지 않는데도 피고인은 합의부 이송까지 요청했다.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인데도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아들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명의 배심원께서 최선을 다해 판단하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피해자로서는 항소심에서 법관들의 엄밀한 판단으로 1심과는 다른 판결이 이뤄지길 간절히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2010~2020년 국민참여재판에서 성폭력 범죄 무죄율은 14%에서 48%로 증가했다. 일반 국민인 배심원으로서는 현장에서 피고인의 변론과 호소를 직접 들었을 때 유죄 판결을 내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성년자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 역시 국민참여재판을 원했으나 재판부가 기각한 바 있다.
A 씨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제자의 머리를 만진 혐의에는 "불쾌감은 인정되지만 강제추행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다리를 만지고 팔짱을 강제로 끼게 한 혐의도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다"며 무죄로 봤다.
B 씨는 이날 입장문에서 "누군가 자고 있는 사이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 일이냐"며 "피해자는 기분이 더러웠지만 지도교수라는 권력관계 속에서 즉각 항의하지 못했다. 과연 이 행위가 피고인 주장처럼 자고 있는 제자에게 머리 지압을 해준 것인지 국민의 법감정에 묻고 싶다"라고 반문했다.
무죄 근거 중 하나인 진술 번복에도 "피해자는 서울대 인권센터부터 10여 차례 가까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언론 인터뷰를 했으며 국민참여재판에서도 공개 증언을 했다"며 "이런 적극적인 진술과 사회적인 호소는 '이 진술과 저 진술 사이에 차이가 있다'라는 먹잇감이 돼 버렸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라며 "거짓말로 얻을 이익도 없고 오직 불이익만 있다.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아도 그 불이익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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