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요직 꿰찬 친윤검찰…'마이웨이' 인사에 검찰공화국 우려
입력: 2022.06.09 05:00 / 수정: 2022.06.09 05:00

금감원장에 '특수통 막내' 이복현…검찰 출신 15명 요직에 기용

윤석열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이 대거 임명되면서 검찰공화국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이 대거 임명되면서 검찰공화국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정부 요직에 '친윤 검찰'이 대거 임명되면서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 국무총리실에도 검찰 재직 시절 인연이 깊은 사람들을 채우면서 '마이웨이' 인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새 정부의 차관급,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중 검찰 출신은 모두 15명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연 또는 사적 인연이 있는 '친윤'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정 운영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대통령실 비서관급에 검찰 출신 6명…장·차관급 9명이 검사

대통령실 비서관급 인사 중 검찰 출신은 6명에 달한다.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을 발탁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으로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을 임명하고, 부속실장에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 총무비서관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인사비서관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 등 모두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이시원 비서관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정직 처분을 받았고, 윤재순 비서관은 성비위 혐의로 징계성 처분을 받았던 전력이 드러나 부적절한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장·차관급에는 9명이 검사 출신이다.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고, 법무부 차관에는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4차장을 지낸 이노공 전 성남지청장을 발탁했다. 이 차관과 윤 대통령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 시절 '카풀 멤버'였다고 한다.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변호를 맡았던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을 기용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에는 박성근 전 순천지청장을 임명했다.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징계 취소 소송 변호를 맡았던 이완규 변호사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모두 검사 출신이다.

◆ 이복현 금감원장 임명 논란…"학부 전공 경제학"

검찰공화국 논란 정점에는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특수통 출신인 이 원장은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린다. 윤 대통령과 현대차 비자금 사건부터 론스타,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농단 특검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이 원장은 사표가 수리된 지 불과 2주 만에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최초다. 검찰 내부에서도 금감원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요직에) 검찰이 많다, 적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직위에 어떤 사람을 쓰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금감원장의 경우 금융시장의 폐단을 바로잡는 검찰적 시각도 필요하나 경제 안정, 성장 등 경제 정책 식견이 더 중요한 자리"라며 "검사로서 금융 관련 수사를 해봤다는 수준이 아니라 금융 전반에 대한 나름의 생각과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임명해야 되지 않겠나. 적절한 인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적재적소의 인사'라는 입장이다. 8일 출근길에서 "이복현 신임 원장은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 수사 활동 과정에서 금감원과 협업 경험이 많다. 금융감독 규제나 시장조사 전문가이기 때문에 아주 적임자"라고 잘라 말했다. 검찰 편중 인사 지적에는 "과거에도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나. 미국을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정부 변호사) 경험을 가진 분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한다"고 답했다.

검찰공화국 논란 정점에는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검찰 특수부 출신인 이 원장은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알려졌다. /이선화 기자
검찰공화국 논란 정점에는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검찰 특수부 출신인 이 원장은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알려졌다. /이선화 기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경제학 전공에 회계사 자격증이 있다고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적합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이 원장이 검사 시절 맡았던) 금융 관련 수사는 론스타 사건밖에 없고 나머지는 전부 회계 관련이었다"며 "'전 정권에서 민변 출신을 기용했기 때문에 우리도 한다'는 방식으로 특수부 검사를 금융감독원에 보낸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거버먼트 어토니'의 사례를 든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정부 법조인은 변호사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한국 검사의 사례와의 비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상희 교수는 "미국의 거버먼트 어토니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검사가 아닌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들"이라며 "변호사 자격 때문에 그 자리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 경력이 맞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변호사 자격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장에도 개인적 인연이 있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기용하려 했으나 카드를 접었다. 강 교수도 윤 대통령과 성남지청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카풀'을 하던 사이인데 개인적 인연이 부정적으로 부각된 데다 '검찰공화국' 비판이 거세지면서 최종 후보군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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