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유기로 옥살이 의사, 10년 만에 면허 재교부 판결
입력: 2022.05.30 07:00 / 수정: 2022.05.30 07:00

"수년간 참회하며 봉사…충분히 뉘우쳐"

약품을 잘못 주사해 사망한 지인의 시신을 유기한 의사에게 면허증을 다시 교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약품을 잘못 주사해 사망한 지인의 시신을 유기한 의사에게 면허증을 다시 교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향정신성의약품을 잘못 주사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의사에게 면허증을 다시 교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만기 출소 뒤 수년 동안 참회의 시간을 보내며 봉사활동을 하는 등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는 이유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취소 의료인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2년 7월 서울의 한 병원 원장으로 근무하던 중 아는 사람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잘못 주사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주차된 차에 유기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그는 '잠을 푹 자게 해 달라'는 상대의 요구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이듬해 2월 만기 출소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7월 형사판결을 이유로 같은 해 8월 1일부터 A 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다. 2017년 8월 A 씨는 보건복지부에 의사면허 재교부를 신청했지만 보건복지부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거쳐 거부처분을 했다. 당시 심의위 참석 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A 씨에 대한 면허증 재교부를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보건복지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면허 취소에서 3년이 지난 2017년 8월 1일은 의사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이 지난 시기로, 개전의 정이 뚜렷해 재교부 신청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원고(A 씨)가 1년 6개월의 형벌과 민사상의 손해배상에 더해 오랜 시간 자숙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는 등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형사재판을 받던 중 B 씨의 유족에게 2억 5000만 원을 공탁하고,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금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A 씨 측은 "형사판결 가운데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사체유기죄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상 행정처분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A 씨는 기소 당시 업무상과실치사, 사체유기 혐의와 함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보건복지부 역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점을 근거로 A 씨의 면허를 취소했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유족에게 공탁금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수형생활을 마쳤다.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의사로 일하지 못하고 많은 직업을 전전했다"며 "후회와 참회의 시간을 보내며 자원봉사활동을 했고, 수많은 이들이 여생을 위한 복직을 탄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입는 경제적, 정신적 불이익이 보건복지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작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부여해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법의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라고 판시했다.

업무상과실치사·사체유기 혐의는 행정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는 의료법 위반 등의 사유 없이 의료인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로 삼고 있지 않다. 원고의 면허취소 사유도 '마약류관리법위반죄'였다"고 짚었다.

보건복지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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