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방역 명분으로 무조건 집회금지는 위법"
입력: 2022.05.22 09:00 / 수정: 2022.05.22 09:00

노점상연합·중구청 소송서 판시…소는 각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라도 집회 규모와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집회 금지 구역을 설정한 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라도 집회 규모와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집회 금지 구역을 설정한 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코로나19 방역 목적이라도 집회 규모와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집회 금지 구역을 설정한 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서울중부노점상연합 회원 A 씨가 서울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청구한 '집회집합금지구역 지정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14일~5월 12일 오후 2시 15분에서 오후 11시 59분까지 노점상 생계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했다. 신고 인원은 9명, 개최 장소는 중구청 인근이었다.

중구청은 감염병예방법상 같은 해 5월 3일부터 별도 공표 시까지 집회 금지장소로 지정한 관내 4개 구역 가운데 중구청 등 인근이 포함된다며 집회를 개최하면 벌금 300만 원 이하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A 씨는 '집회 시간과 규모 고려 없이 중구 주요 지역에 집회를 전면 금지한 건 과도하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앞서 낸 집행정지 신청은 인용됐다.

중구청 측은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A 씨가 집회를 열 수 있었고 행정소송 변론이 마무리될 무렵에는 집회 신고 기간이 이미 지나 소송으로 다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구역 집회를 금지한 고시 역시 지난해 11월 4일 폐지돼 고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 역시 "고시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더라도 고시 존속 기간 동안 제한받았던 집회 자유가 원상회복된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의 법률상 이익이 잔존한다고 볼 수도 없다"라며 소송을 각하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중구청)가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대한 어떠한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채 전면적·일률적으로 집회 금지 구역 고시를 통해 집회를 금지한 건 위법하다"며 소송 비용을 중구청이 부담하도록 했다. 소송 비용은 통상 패소한 쪽이 부담한다. 다만 행정소송법이 준용하는 민사소송법은 행정청 처분이 취소·변경돼 소의 이익이 없어진 경우에는 피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코로나 방역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집회 시간, 규모, 방법 등을 불문하고 일정 장소에서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행정청으로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시의적절하게 집회 개최를 제한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지만 집회 제한 조치는 감염병 확산 우려가 객관적·합리적인 근거 등으로 분명하게 예상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중구청이 A 씨를 비롯한 시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방안에 관해 진지한 고민을 거쳐 방안을 충분히 강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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